누구나 아늑하고 편안한 집을 꿈꾼다. 두 집이 한 마당을 공유하는 전원 속 땅콩집과 한옥에 대한 최근의 유난한 관심은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벗어나고픈 도시인의 바람을 대변한다. 예술가들은 어떤 집을 꿈꿀까. 건축가, 사진작가, 현대도예가, 설치미술가 16인이 사유한 집의 모습을 담은 기획전 '집을 생각하다' 가 경남 김해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부 '집을 짓다'에서는 건축가 고 정기용(1945~2011), 정기정, 조민석, 황두진씨가 설계한 건축물 모형을 통해 다양한 삶의 공간을 제시한다. 조민석씨가 지은 '픽셀하우스'(경기 파주 헤이리)는 1,2층 합쳐 85.14m²(25.8평)인 작은 집이다. 2만개의 파벽돌로 지어 건축물과 외부 공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 독특한 집인데, 전시장엔 이를 2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 설치됐다. 1만개의 종이상자를 일일이 손으로 접어 쌓아 울퉁불퉁한 건물 외관의 느낌을 되살렸다.
경복궁 인근 서촌에 있는 황두진씨의 '더 웨스트 빌리지'는 벽돌을 엇갈리게 쌓아 올려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이는 담장이 이채롭다. 채광이 좋은 이 담장의 형태를 전시장에 일부 재현해놓았다. 정기정씨의 '푸른 숲 마을'(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은 발도로프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13채 중 8채를 설계한 정씨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학부모들이 원하는 전원의 삶과 학교를 둘러싼 마을 공동체에 어울릴 만한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작가 이인미씨는 '집 그 이후'를 통해 건축가의 손을 떠나 집주인의 취향과 손때가 묻어나는 집 내부를 촬영해 보여준다.
2부(삶을 상상하다), 3부(정원을 꿈꾸다)에서는 집 안과 마당으로 시선을 옮겨 도예가와 설치미술가의 상상력이 펼쳐진다. 한국 전통 문에 작은 도자기 밥그릇을 줄줄이 엮어 장식한 '웰컴'(이해정), 둥글둥글한 도자 의자(김지혜), 포크와 수저로 만든 샹들리에(김하윤), 김해에서 수집한 돌멩이와 목화솜덩이로 만든 '더 스페이스 17'(김순임), 자작나무 숲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도판작업(박성백), 작은 꽃 화분으로 채워진 두 개의 온실(안성희) 등이 아기자기하게 보는 재미를 준다. 전시는 내년 2월 19일까지.
한편 미술관 야외공간에서는 '일상의 낙'을 테마로 자연과 어우러지는 조각 작품 5점이 11월 27일까지 전시된다. (055)340-7000
김해=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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