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안소니 카로(87)는 여러모로 조각의 고정관념을 깼다. 공사장의 폐자재를 전시장에 들여온 최초의 조각가인 그는 재료를 깎지 않고 붙여서 완성한다. 받침대도 없앴다. 그의 작품활동 50주년을 기념한 전시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3m 높이의 거대한 철통과 철망을 조합해 건축미를 살린 작품('Star Passage')이 있는가 하면, 돌을 깎지 않고 흙물을 부어 굳힌 작품('Orator')도 있다. 때론 종이처럼 말거나 구긴 철판을 여러 개 붙여놓기도('Roundabout') 한다. 스스로 '벽에 거는 조각'이라 부르는 최근의 부조 시리즈는 세면대와 같은 일상의 오브제에 색을 칠해 조각의 회화성을 실험한다.
엔지니어로 일하다 뒤늦게 조각을 시작한 카로는 헨리 무어(영국)와 데이빗 스미스(미국) 등 모더니즘 거장을 사사하며 영국과 미국 조각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독자적인 조각 세계를 구축하며 포스트 모던 조각의 기수로 발돋움한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에서 기사 작위(1987)와 문화훈장인 메리트 훈장(2000)을, 미국국제조각센터로부터 공로상(1997)을 받았다.
국내 전시는 1994년과 9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최근 10여년간의 근작 등 20여점을 선보였다. 건축적인 대형작품뿐 아니라 집안에 놓아둘 만한 테이블피스 시리즈와 색채와 율동감이 더해 경쾌해진 부조 시리즈를 통해 살아있는 거장의 실험정신과 만날 수 있다. 30일까지. (02)735-844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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