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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조각가 김희경 교수 "가벼운 조각의 해답, 한지에서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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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조각가 김희경 교수 "가벼운 조각의 해답, 한지에서 찾았죠"

입력
2011.10.0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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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는 약해 보이지만 강합니다."

지난 달 28일부터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본전시장에서 열린 '블룸(Bloom)'전의 작가 김희경(56) 수원대 미대 교수는 한지로 조각을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는 모두 블룸을 주제로 한 14점의 한지 조각품을 선보였다.

김 작가는 원래 20년 넘게 '영혼의 나무(Soul-Tree)'란 주제로 돌과 금속 조각을 해 온 중견 조각가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청와대, 터키대사관에도 그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이미 조각가로서 위상을 인정 받은 그가 '한지'로 방향을 튼 건 2년 전. '가벼운 조각'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대리석 같은 거친 재료로 여성 조각가가 조각을 오래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한 몫 했다. 그래도 '조각가로서의 정체성'을 버릴 순 없었다. 그 때 생각해 낸 게 바로 한지였다. 한지에 풀을 먹이면 나무만큼 딱딱해지는 게 조각 재료로서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그가 작품 만드는 방식엔 여전히 조각가로서의 모습이 남아있다. 다양한 재료로 먼저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풀 먹인 한지를 하나하나 붙인다. 색을 입힐 땐 염색한 한지를 쓰거나 한지 위에 채색을 한다. 조각의 부조 작업에 한지의 물성과 색상이 결합된 셈이다.

"제 작품이 벽에 걸리긴 하지만 회화는 아니에요. 그보다는 '압축된 조각'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죠." 이렇게 만든 한지 조각품이 100여 점이 넘는다.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도 변함이 없다. 작품을 보는 누구나 '아름답고 행복한 느낌'을 받기를 바란다. 나무나 꽃잎, 풀잎과 파도 같은 자연의 원형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조형 세계인 유토피아를 계속 그려나가는 게 그의 목표다.

10월 말 독일 쾰른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김 작가는 다음 번 작품에는 천연 염색기법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는 "한지 작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발전시켜 우리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세계에 전파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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