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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국의 잡스' 키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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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국의 잡스' 키우려면

입력
2011.10.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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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일주일 만에 버려지다. 노동자 가정에 입양되다. 인문대학 철학과를 다니다 한 학기 만에 중퇴하다. 이후 수년 간 백수로 지내다.' 5일 타계한 스티브 잡스의 젊은 시절 이력이다. 그의 죽음이 더욱 극적인 것은 이처럼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서서 놀라운 성취를 이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 천재이자 이 시대 최고의 기업인이었다는 점에서 걸출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서구 사회에서 잡스형 인간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교육제도와 기업문화 등 사회의 토양이 제2, 제3의 잡스를 열심히 길러내고 있다는 말이다.

그가 만일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철저히 비주류로 머물며 소외된 삶을 살았을 것이다. 미혼모를 터부시하고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입양아 출신의 대학 중퇴자가 번듯한 일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창의적인 천재들이 그러하듯이, 그는 성질이 괴팍하고 이기적이며 공격적이었다. 우리 기업의 조직문화가 잡스와 같은 임직원을 용납할 리가 없다. 어떻게 해야'한국의 잡스'를 키울 수 있을까.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

첫째, 실패와 도전정신을 장려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잡스는 세상을 바꾼 혁신적인 제품들을 잇따라 성공시켰지만, 그에 못지않게 쓰라린 실패도 숱하게 경험했다. 업무용 컴퓨터 '애플3', 컴퓨터에 연결해서 쓰는 '애플TV', 작고 둥근 모양의 '퍽 마우스' 등은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그의 대표적인 실패작들이다.

하지만 혁신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지는 법. 열심히 도전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실패를 용인하고 격려하는 게 애플 등 혁신적인 기업들의 일반적인 조직문화다. 잡스 또한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진짜 예술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반면, 한국 기업에는 도전 자체를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해있다. 오너 경영인과 주주들이 단기 성과에 집착해 실패를 좀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10개 투자하면 7~8개는 실패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9개 성공하고 1개만 실패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비난이 쏟아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감히 도전에 나서려고 하겠나." 한 대기업 임원의 하소연이다.

둘째,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모난 돌인 경우가 많다. 대개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성격들이다. 잡스는 물론, 구글의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주커버그 등은 어렸을 때부터 한결같이 '괴짜'요, '기인'으로 불렸다. 애플의 슬로건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이다. 틀에 박힌 사고방식으론 결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잡스는 기존 질서와 권위, 통념을 거부하고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지는 인간이었다. 남과 다르게 생각해야 남들이 떠올리지 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창의적인 인재를 뽑고 싶어는 한다. 다만, 조건이 하나 붙는다. 창의적이되, 조직과 잘 융화할 수 있는 성실한 인재여야 한다. 조직과 오너에 대한 충성심과 결속력, 경영진의 상명하달식 관리가 중시되는 기업문화 탓이다. 그러니 창의적인 인재들이 발 붙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미래는 통섭형 인재의 시대

셋째, 인문학과 자연과학, 예술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융ㆍ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 잡스는 철학도였다. 그는 미국 오리건주 리드대 철학과를 한 한기 다녔고, 자퇴 후에도 캘리그래피(서체학) 등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다수 청강했다. 컴퓨터에 푹 빠져 300개 이상의 IT 관련 특허를 보유한 공학도이기도 했다.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들은 인문학과 공학, 예술이 서로 소통하고 융합했기에 가능했다.

창의적인 사고는 다양한 독서와 토론, 왕성한 지적 호기심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과정에서 나온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고, 오로지 대학입시를 목표로 점수 경쟁에만 매달리는 우리 교육시스템에서 '한국의 잡스'를 기대하는 건 과욕일지도 모른다.

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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