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국내 대형 시중은행 4곳이 매년 평균적으로 거둔 수수료 순이익은 연 평균 2조5,310억이다. 이는 연 평균 당기순익(4조4,210억원)의 57.2%에 달한다.
이런 수수료는 대부분이 예금ㆍ송금ㆍ대출 등 서민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단순 거래에 부과된다. 대형은행들이 손쉬운 서민 대상 '수수료 장사'에 치중하면서 공공성뿐 아니라 경쟁력까지 잃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 4곳의 수수료 가짓수가 평균 138개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95개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 132개, 하나은행 116개, 신한은행 109개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수수료 징구(徵求) 건수가 많은 건 은행들이 거의 모든 거래마다 수수료를 붙이기 때문이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비용이 드는 만큼 불가피하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지만, 상당수 수수료의 경우 부과 기준이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이란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게 신용평가 수수료다. 현재 은행들은 거래 고객의 신용등급을 매겨 이에 따라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이런 신용평가에 들어가는 비용을 수수료 명목으로 고객한테 받고 있다. 개인이 대상이면 5,000원을 내라고 요구하고, 기업에겐 여신 규모에 따라 영업점과 본점 등급 평가로 나눠 각각 6만원과 10만원을 수수료로 거둬간다.
송금 수수료 차등 기준 역시 은행 멋대로인 데다 송금 기준액수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다른 은행에 계좌이체 하는 금액이 10만원이 넘을 경우 영업 시간 내 기준으로 10만원 이하(600원)일 때보다 수수료를 갑절(1,200원)이나 더 받는다. 금소연 조남희 사무총장은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며 "소액 송금자의 저항을 줄이려는 취지라면 차등 기준 금액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은행들의 수수료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지금처럼 모든 수수료 적용이 고객의 등급에 연동된다면 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돈 많은 우량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며 "서민들을 수수료 수입의 대상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은행의 수익 구조 선진화를 위해서도 수수료에 의존하는 낡은 영업방식을 빨리 벗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그룹들이 세계 최상위권의 순이자마진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우수하지 못한 건 비이자 수익 기반이 취약하고 단조로운 탓"이라며 "트레이딩, 자산 보관, 신탁, 프라이빗뱅킹(PB) 등 은행 내 고수익 비이자 수익원의 발굴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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