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매년 남한 면적(10만㎢)의 절반이 넘는 6만㎢의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그 원인으로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화, 무분별한 목축을 꼽는다. 나무를 심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사막화를 막기 위해 유전자 변형 기술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마침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제10차 총회가 7일 경남 창원에서 시작됐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ㆍ중사막화방지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장은 최근 애기장대 풀에서 분리한 유전자를 고구마에 넣었다. 이 유전자를 넣은 고구마는 사막 같은 건조한 환경에서 기존 고구마보다 20~30% 더 잘 자란다. 여기에 몸에 좋은 항산화물질을 만드는 오렌지 유전자까지 주입했다. 사막에서 기른 고구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곽 센터장은 "유전자변형 고구마를 사막화 지역에 심으면 그곳 주민들의 소득 수준을 높여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무분별한 방목을 막을 수 있어 사막화 방지 효과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연구진과 협력해 5년 안에 이 고구마를 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내몽고 지역에 심을 계획이다.
유전자변형 고구마가 사막화 적응에 방점을 뒀다면 유전자변형 포플러 나무는 사막화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노은운 산림생명공학과 연구관과 이영숙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최근 유전자변형 포플러 나무를 만들었다. 빵을 숙성시키는 효모에서 얻은 유전자를 넣은 이 나무는 수분 손실을 최소화한다. 가물은 곳에서도 매년 40~100㎝씩 성장해 4~5m까지 자란다.
노 연구관은 "사막화 지역 변두리에 이 나무를 심으면 방풍림 역할을 해 사막화가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나무가 만든 그늘이 다른 식물의 싹을 틔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걸로 봤다. 그늘이 있으면 땅 속 수분이 덜 증발해 가물은 환경에 약한 식물도 자랄 수 있다.
이들은 뿌리를 1m 이하까지 깊이 뻗거나, 식물 잎에 있는 기공(숨구멍)을 재빨리 닫아 수분 손실을 줄이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수십 가지를 분리해 뒀다. 노 연구관은 "여러 스트레스에 잘 견디게 하는 유전자를 식물에 넣어주면 거친 환경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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