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가 홍콩상하이은행(HSBC)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금융은 최근 국내 철수 방침을 정한 HSBC 측으로부터 국내지점 인수 의사를 타진 받고 물밑 접촉에 나섰다. 산은금융은 이미 인수팀을 꾸려 지난달 말부터 실무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금융이 은행 인수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만수 회장은 3월 취임 이후 메가뱅크(초대형은행) 구상을 피력하며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여론에 밀려 인수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강 회장은 그러나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 인수ㆍ합병(M&A)에 나선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 협상 추진은 향후 민영화에 대비해 소매금융을 확장하려는 산은금융과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영업망 구조조정에 들어간 HSBC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산은금융은 최근 산업은행을 통해 무점포 온라인 은행 서비스인 'KDB다이렉트'를 출시하는 등 개인수신 기반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982년 부산지점을 개설하며 국내 영업을 시작한 HSBC는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등 전국에 11개 지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산은금융이 HSBC 국내지점을 인수한다면 현재 60개인 지점망이 71개로 늘게 된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HSBC 국내지점은 M&A 검토 대상의 하나일 뿐이며,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인 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HSBC 고위관계자도 "시장 루머에 대해선 확인해주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산은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법원이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에 유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금융당국이 조만간 외환은행 지분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주가가 크게 떨어진 만큼 당국은 '먹튀' 부담을 덜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되길 원할 테고, 반대로 론스타 측은 가격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하나금융 외 다른 인수자를 물색하려 할 것"이라며 "산은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는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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