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노르웨이의 극지탐험가 아문센이 남극점에 도달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많은 탐험가들이 남극과 북극으로 탐험을 떠났다. 그들의 경험과 희생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극지과학과 탐사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다. 남극점에 아문센보다 늦게 도착한 영국의 스코트는 귀환 도중 숨진 불운의 탐험가였다. 하지만 그는 최후까지 기록하고 남극연구를 위해 운반한 여러 자료들 때문에 여전히 위대한 탐험가로 존경받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 모델인 세클턴은 탐험선 '인듀어런스'호가 얼음에 갇히면서 2년간 남극에 갇혀 있었지만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여 전 대원을 무사히 귀환시킨 탐험가로 기억되고 있다.
2008년 4월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우주생물학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편도 화성탐사 여행, 다시 말하면 현재의 기술로는 화성에서 다시 우주선을 발사해 지구로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전제 하에 화성에 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학회장에 있던 100여 명의 청중 거의 모두가 손을 들었다. 우주를 향한 유인 탐사는 인류역사에 위대한 탐험가로 남게 될 도전자들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우주인들은 오랫동안 밀폐된 우주선에서의 고립감, 고독,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다른 대원들과의 갈등과 화합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우주인들은 긍정적인 사고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 원만한 대인관계, 심리적 안정감, 그리고 성취감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이것은 극지 생활을 오래할 대원들이나 6개월 이상의 남극 항해를 하는 승조원이나 연구원에게도 해당된다. 극지나 우주에서 산다는 것은 지구에서는 겪어보지 못하는 전혀 다른 환경에 던져지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 성공은 도전 정신을 가진 적합한 성격을 가진 인간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화성과 태양계 내의 행성 및 위성 탐사를 위해 지구의 극한 환경에서 여러 탐사활동이 진행 중이다. 다산과학기지가 있는 북극의 스발바르 기지에서는 미국 NASA, 유럽 ESA, 카네기 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화성과 유사한 지구 육상 환경에서 행성 탐사와 데이터 수집을 훈련 중이다. 2007년에는 북극에서 약 1,500km 떨어진 캐나다 최북단 데번 섬의 빙하 위에 화성탐사기지가 설치돼 100일간의 성공적인 기지 생활 모의실험이 이루어졌다. 또 우주정거장 실험 등 우주탐사 계획에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인듀어런스(ENDURANCE)는 극한 환경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잠수 로봇이다. 사람의 도움 없이 얼음으로 덮인 남극 호수에서 자체적으로 이동하며 생지화학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3차원 지도를 작성할 수 있다. 2008년과 2009년 남극 맥머도기지 주변 드라이밸리의 호수 전체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궁극적으로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대양 탐사에 활용될 계획이다. 2014년에는 보다 개선된 잠수로봇인 'ENDURANCE-L'가 남극 얼음 밑 바다를 탐사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빙하와 바다의 경계면 생태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2014년에는 남극 대륙에 장보고 과학기지가 세워진다. 기후변화와 지구시스템, 실용가능한 분야에 대한 국제 수준의 연구 활동으로 국격을 높이는데 한층 더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아울러 남극대륙 연구를 위한 우리나라의 첨단 탐사기술과 장비개발은 장차 전개될 방대한 규모의 우주과학과 우주산업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홍금 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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