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9일 대장급 군 최고 지휘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군심을 결집하고 국방개혁의 기틀을 완성하기 위한 조치”라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과거의 경우 인사를 하면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의미를 강조하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바꿔 말하면 딱히 내세울 메시지가 없다는 얘기다.
통상 군의 정기인사는 4월과 10월에 이뤄진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1년5개월 정도 남은 시점이어서 내년 4월로 대장인사를 넘길 경우 2013년 초 새로운 정부 출범과 맞물려 군 지휘부의 임기가 불과 1년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정권 말기에 군 지휘부를 안정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이 같은 정치적 필요성을 앞세우다 보니 이번에도 규정은 어김없이 무시됐다. 군 인사법에는 합동참모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의 임기가 2년으로 규정돼 있다. 외부의 영향이나 압력과 상관없이 자신의 지휘철학에 따라 일관되게 조직을 장악하고 전문성을 발휘해 전투력을 극대화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한민구 합참의장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각각 1년4개월, 1년6개월 만에 물러났다. 군 상부구조를 개편하면 합참의장의 권한이 강화돼 효율적이라고 강변하던 국방부가 합참의장의 임기조차 보장하지 않은 것이다. 군심을 결집하려면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비전을 제시해야 하건만 잘못된 관례를 반복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번 인사를 놓고 ‘국방개혁의 기틀’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상부구조 개편안을 핵심으로 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이 이르면 11월쯤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어서 그 이전에 새로운 지휘부 라인을 구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군 지휘부가 이전에 비해 진취적이거나 도전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군 관계자는 “딱히 개혁적인 인물이 없다. 그저 관성에 따른 인사인 것 같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오히려 정승조 합참의장 내정자의 경우 대장직위인 1군사령관과 연합사 부사령관을 거친 바 있어 ‘대장 계급으로 보직을 3번 이상 맡지 않는다’는 원칙이 깨지는 선례를 남겼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대장에 진급한 뒤 보직만 바꿔가며 전횡을 휘두르던 폐해를 줄이고 돌려막기에 따른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군 내부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다만 기존 육ㆍ해ㆍ공군 총장이 모두 영남 출신이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에 비해 경기 화성 출신의 해군총장을 임명함으로써 지역 안배를 고려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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