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샘표 본사 10층 강의실. 취업지망생들의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무차입경영을 하신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무차입경영이 반드시 좋은 건가요?"
이 회사 박진선(61) 사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탄탄하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지난 1997년 이후로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어요. 단순히 간장회사가 아닌 거죠. 내년에는 충북 오송연구소를 완공할 예정입니다. 이제 차입을 시작해야 될지도 몰라요."
샘표가 구직자들을 상대로 마련한 기업탐방 행사다. 샘표는 지난 4일부터 총 4회에 걸쳐 'CEO와의 대화시간'을 마련했다. 대학졸업생과 졸업예정자 등 총 160명이 선발돼 자리를 채웠다.
'노타이'에 셔츠의 첫 단추를 풀어 편안한 차림새로 등장한 박 사장은 "돈 벌려고 기를 쓰는 건 즐겁지 않더라. 재미도 없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에서 하는 일이 무엇일까, 사원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를 생각하면 흥분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독특하게도 '철학박사 CEO'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전자공학석사까지 받았지만, 박사는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으로 학위를 땄다. 대학 강단에도 섰지만, 40세가 다 되어서야 뒤늦게 회사경영에 합류했다. 부친(박승표 회장)의 강한 권유가 없었다면, 아마도 학자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인문학에 뿌리를 둔 CEO이다 보니 경영스타일도 남다르다. "(그냥 장류만 만드는 게 아니라) 한국 식문화의 근간을 만들어 수준을 높이겠다"는 문화기업론, "겸손한 사람, 사심없는 사람, 열정 넘치는 사람이 진짜 인재다"는 특유의 인사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토익 점수가 높다고 인재가 되는 건 아니다. 샘표는 아예 토익 점수를 보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같은 박 사장의 솔직 담백한 강연에 취업지망생들은 큰 호응을 보였다. 크지는 않지만 한우물 기업으로서 고집이 엿보인다는 것. 샘표 관계자는 "CEO와의 대화를 통해 구직자들이 많은 감동을 받곤 한다"며 "이번처럼 기업탐방에 참가했던 구직자들이 공채채용 때 도전해 채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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