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 의정부지법에서 워터파크를 갖춘 테마형 리조트 아일랜드캐슬 호텔 등 일부 시설이 경매에 부쳐졌다. 사업 주체들의 복잡한 채무관계 탓에 준공 2년이 다 되도록 손님 한번 받지 못하고 감정가 365억원에 경매로 나온 것. 하지만 투자자들의 무관심으로 유찰됐고, 다음달 2일 292억원으로 가격을 낮춰 재경매에 부쳐진다.
저마다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야심 차게 추진됐던 수도권 테마파크 시설들이 표류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 없이 경쟁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테마없는 테마파크'라는 비아냥 속에 예산 낭비가 이어지는가 하면, 자금 조달 문제로 사업 초기단계부터 지지부진한 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총 6,84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수립해 시작한 인천 로봇랜드 프로젝트. 인천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공동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당초 지난해 4월 착공해야 했지만, 재원 부족과 기반시설공사비 떠넘기기로 초기 단계부터 난항에 빠져 2014년 4월 이후로 사업이 미뤄진 상태다.
경기 파주시 월롱면에 유수풀과 파도풀 등 워터파크 시설과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을 갖춘 테마파크 금강산랜드도 법원 경매시장을 떠돌고 있다. 4번 유찰 끝에 지난달 27일 감정가(429억원)의 4분의1 수준인 106억4,000만원에 낙찰됐지만, 회사 측의 재감정 요청으로 최종 낙찰이 유보된 상황이다.
테마 없는 테마파크도 논란거리다. 경기 양평군이 "수도권 제일의 테마공원을 만들겠다"며 조성한 백운테마파크는 지역민은 물론 방문객들도 어이없어할 정도다. 용문산 백운봉 중턱에 들어선 입지부터가 테마파크와는 거리가 멀다. 당초 양평군이 캐나다 빅토리아 섬의 부차트가든을 모델 삼아 총 49만㎡의 테마파크 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6월 1차로 19만5,000㎡ 부지에 85억원을 들여 생태공원, 자연학습장, 방문객센터, 산책로, 관찰지 등 1차 조성공사를 마쳤지만 완공된 시설은 방문객을 맞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내년 말까지 115억원을 추가 투입해 진입로(3만8,881㎡)와 주차장(1만7,077㎡) 등을 개설할 계획이지만, 눈길을 끌만한 소재가 없어 제 기능을 할지 의문이다.
업계에선 이미 착공에 들어갔거나 준공을 했더라도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고 지적한다. 수도권에서 수조원대 테마파크 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가까스로 PF를 일으켜 공사를 진행했더라도 끝까지 사업성을 보장할 수 있는 현장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지자체들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 개발계획을 남발해 설사 완공해 영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당경쟁으로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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