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외환은행 지분 매각계약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까. 변수는 론스타의 재상고(再上告) 여부다. 론스타의 재상고 데드라인은 13일.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결과가 뒤집어지긴 어렵겠지만, 론스타의 재상고는 경영권을 잃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시간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도 하다.
론스타 상고 카드 만지작
당초 금융권은 론스타가 재상고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외환은행 주가 하락으로 하나금융 안팎에서 가격 재협상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론스타가 재상고라는 마지막 무기를 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론스타는 아직 재상고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법률대리인 김앤장을 통해 재상고의 장ㆍ단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에 정통한 인수ㆍ합병(M&A) 업계 고위관계자는 "론스타가 당연히 재상고할 것이고 그렇게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상고를 하면 론스타는 시간을 벌 수 있다. 한 법조인은 "재상고인만큼 일반 상고보다 대법원이 빨리 결정하는 게 관행이나, 그래도 최소 2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린 뒤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어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발표를 미룰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린 다음 지분매각 명령을 해야 하는데 론스타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려면 무죄 판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재상고했다'고 주장하면 금융위로선 매각 명령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시간은 누구편에 설까
론스타가 재상고를 통해 2개월의 시간을 벌게 되면 11월까지인 하나금융과의 매각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 판결기간과 이후 충족명령 기간 등을 감안하면 또 다른 외환은행 인수후보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총력전을 펼친 하나금융으로선 난감한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려는 하나금융 측에 다른 인수후보를 들이밀어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 벌기가 론스타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7,000원대로 떨어진 외환은행 주가가 더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 경우 하나금융과의 재협상을 통한 일부 가격 조정이 새 인수후보와 맺는 계약보다 훨씬 이득일 수 있다.
재상고를 해도 대법원에서 판결 취지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금융위가 재상고 여부에 관계 없이 강제 매각명령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과 금융노조 등의 국부유출 비난도 변수다. 여론이 악화하면 하나금융과 가격을 대폭 낮추는 협상에 나서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이 거의 없이 시장가격에 내놓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금융권관계자는 "론스타의 재상고가 최악의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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