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선이 대선에 버금가는 건곤일척 승부로 비화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일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후보 지원을 공식화하고, 이에 맞서 민주당이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총력 지원하기로 결의한 것은 이 같은 성격을 잘 보여준다.
1995년 이래 5차례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는 매번 정국의 흐름을 바꿔놓는 분수령의 역할을 해왔고, 그만큼 선거를 전후해 정치적 파장도 컸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이전 서울시장 선거의 정치적 비중마저도 뛰어넘을 것 같다. 가히 메가톤급 영향력을 갖는, 대선 뺨치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이번 선거는 내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작 박 전 대표 본인은 "이번 선거는 대선과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맞은편에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박 후보가 서 있다. 여론조사의 가상 대결로만 이뤄지던 박풍(朴風)과 안풍(安風)의 맞대결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유동적이긴 하지만 안 원장이 본격적으로 무소속 박 후보 선거 지원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선거의 파괴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의 승패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은 범보수와 범진보 진영간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는 어김없이 제3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끼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후보들이 없다.
진보 진영은 일찌감치 경선을 거쳐 후보를 단일화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나 후보 한 명만이 링 위에 올라섰다. 시민단체 후보로 거론되던 이석연 변호사가 출마를 포기한 데다 자유선진당 후보로 나서려던 지상욱 전 대변인의 공천도 불발됐기 때문이다.
완충 지대 없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선거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각 진영은 인적ㆍ물적 역량을 총동원해 승부를 벌일 태세다. 한나라당은 당내의 친이계ㆍ친박계 세력을 규합해 초계파 통합 선거대책위를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 계파가 고루 참여하는 선대위 구성은 처음이다. 여기에다 장외 보수시민단체도 7일 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힘을 보탤 예정이다.
진보 진영은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똘똘 뭉쳐 이미 박 후보를 만들어냈고, 여기에 민주당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이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박 후보를 만나 당의 총력 지원을 약속했다. 정치권 안팎의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총력을 동원해 진검 승부가 펼치게 된 셈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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