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를 포함해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 108명 중 무려 92명이 유럽과 미국 국적 작가들이다. 특히 유럽 작가들이 81명에 달한다. 때문에 이번 선정 결과를 두고 스웨덴 한림원이 여전히 유럽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非)유럽ㆍ미국권 수상작가는 칠레의 가브리엘라 미스트랄(1945)과 파블로 네루다(1971),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82),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2006), 페루의 바르가스 요사(2010) 등 16명. 특히 최근 10년 간은 남아공 출신의 존 쿳시(2003)와 파무크, 요사를 제외하고 유럽 작가들이 이 상을 독식했다.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영문학)는 "최근 노벨 문학상은 미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유럽중심주의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비서구권 문학에 대한 서구우월주의와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유럽문단의 반응이 맞물려 유럽 편중의 수상 결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세계문학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 노벨상과 같은 유럽 주도의 문학상을 수상하려는 노력을 해 왔고, 중국이나 일본은 성공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서구권 작가들의 문학이 세계문학의 지형도에 자리매김하도록 하기 위해 노벨상에 버금가는 문학상을 제정하려는 논의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실현된 것은 없다.
한편 시인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은 1996년 비슬라바 쉼보르스카(폴란드) 이후 15년 만이다. 해가 갈수록 시인의 수상자 줄어들고 있지만 꾸준히 수상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정과리 연세대 교수(불문학)는 "산업사회가 진행되면서 시가 몰락하는 건 경험적으로 입증된 현상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시인이 상을 받는 것은 시가 가진 특별한 기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세계금융위기가 고조되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반성하자는 최근의 분위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삶을 성찰하게 하는 시 고유의 기능에 주목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01년 노벨 문학상 제정 이후 시인 수상자는 쉼보르스카와 셰이머스 히니(아일랜드ㆍ1995), T S 엘리엇(영국ㆍ1948) 등 21명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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