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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녹색당인가

입력
2011.10.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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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모든 사람을 먹여 살리기에는 충분하지만 한 사람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그 동안 과학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성장은 인류의 번영을 가져왔다. 그러나 성장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무한경쟁과 무분별한 개발은 이제 생태계의 자정 능력과 복원 능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인한 기후변화, 생태계 교란, 자원 고갈, 환경오염을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현 성장은 오히려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개발과 성장을 바탕으로 한 풍요 또한 사회적 약자와 다음 세대 그리고 다른 생명체의 목숨을 담보로 해야만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자연을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로 보는 인식 오류에서 발생했다. 자연이 인간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에 속해 있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더불어 자연에 기대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존재다. 그런데도 우리는 핵, 유전자변형식품, 줄기세포 등 통제되지 못한 과학기술로 자연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있다. 불완전한 인간에게 신의 능력을 주는 과학기술은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잠재적 요소와 확률을 증가시킨다. 이는 마치 어린아이에게 수류탄과 같은 무기들을 갖고 놀게 하는 것과 같다. 성장에 대한 맹신도 총량적 경제성장 후 분배를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성장 과정에서 약자를 소외시키고 분배의 정의가 이뤄지지 못해 빈익빈부익부가 극대화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시대적 위기가 기존 보수와 진보의 가치로는 극복될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순환 생태적 자립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구조 전환과 지속가능하고 잠재적 위협이 배제된 적정기술 활용을 요구한다. 또한 모두가 행복한 삶은 물질적인 것으로는 충족될 수 없으며, 서로가 보살피고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서 존중받는 것으로부터 충족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녹색당은 지나친 경쟁에서 오는 불신과 증오의 사회에서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믿음과 평화의 사회를 지향한다. 환경 파괴와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는 개발과 성장으로부터 환경 보존과 분배를 통한 풍요를 목표로 한다. 또 정당이 아닌 정당으로 권력 획득이 목적이 아닌 정책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중앙집권화된 권력을 지역과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과 획일화되고 경직된 제도를 지양하고 다양하고 유동성 있는 제도를 추구한다. 효율과 성과보다는 모든 구성원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접근성과 다양성을 보장해 모든 구성원이 주인이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녹색당 정치는 생활과 거리가 먼 정치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다양성을 보장하고 다양성 간 충돌을 직접 참여해 조율하고 합의하는 생활정치다. 국내에서 녹색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초록당사람들은 국제 정치네트워크인 '지구초록(GLOBAL GREENS)' 회원이다. 지구초록은 2001년 캔버라에서 발표한 지구초록 헌장에 합의한 초록 정당들과 정치적 운동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다. 지구초록 헌장의 가치는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가능성, 다양성 존중 등이다. 바로 이런 가치들이 프랑스 호주 일본 캐나다 영국 브라질 미국 독일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녹색당이 곧 창당되어야 하는 이유다.

조상우 초록당사람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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