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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카지노에서 근무한 넋 빠진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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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카지노에서 근무한 넋 빠진 공무원들

입력
2011.10.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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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평일 근무시간에 강원랜드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공직자 288명을 적발했다. 그들의 면면부터가 놀랍다. 고위공직자, 지자체 간부, 대학교수와 교직원, 교사에 불법도박을 단속해야 할 경찰관, 검찰수사관도 24명이나 포함돼 있다. 재해와 재난에 대비해야 할 소방, 가스 등 안전관리분야 근무자 11명도 걸핏하면 근무지를 이탈해 도박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카지노에 가기 위해 둘러댄 갖가지 핑계와 도박자금 마련 수법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공정거래위원회 차관보급 간부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근무하는 2년 동안 법인카드를'카드깡'한 8,000만원과 직무 관련자(폐기물 처리업자)로부터 받은 1,200만원으로 38번이나 카지노를 찾았다. 부산시 한 간부는 세미나에 참석한다며 강원랜드로 달려갔고, 강원도 모 고교 교장은 전국체전을 참관한다고 해놓고는 도박에 빠졌다.

도박을 하려고 무단결근, 휴강, 조교에게 대리강의를 시킨 국립대 교수도 8명이나 되고, 초중고 교사 10명도 평일에 카지노를 들락거렸다. 해외연수 중에 아버지 건강 악화를 이유로 귀국해 도박을 일삼은 서울시 공무원, 어머니 병 간호를 한다며 6개월 휴직을 하고 카지노에서 살다시피 한 교육청 공무원도 있었다. 이번에 적발된 288명은 정도가 심한 상습자들이라니 공직사회에 도박병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알 만하다.

공직자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알고도 쉬쉬했다면 공직사회의 윤리ㆍ기강이 말이 아니고, 몰랐다면 공직자 관리ㆍ감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감찰기관이 끊임없이 감시와 적발을 해왔지만, 근절되기는커녕 갈수록 교묘한 방식으로 카지노에 몰래 출입하는 공직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제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처벌 탓이다. 근무지 무단이탈 상습 도박자는 공직사회에서 추방하고, 자금의 비리 여부도 철저히 조사해 사법처리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도박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직무 유기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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