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프링'은 오는가.
월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참가 세력도 다양해지면서 '아랍의 봄'과 같은 '미국의 봄'이 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금융권의 탐욕, 확대되는 소득격차, 높은 실업률 등 시위대가 제기한 이슈들은 변화의 불씨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특히 공감하는 문제는 월가의 탐욕. 시위대가 주장하듯 미국인 99%가 월가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월가는 1990년대 이후 금력을 이용해 워싱턴 정치를 움직였고 3년 전에는 미국을 위기에 빠뜨렸다. 1980년대만 해도 금융기관의 100%가 규제를 받았지만 금융위기 당시 규제를 받은 금융기관은 10%에 불과했다. 금융위기를 겪고도 바뀐 것이 없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로렌스 레시그(사진) 스탠퍼드대 교수는 높은 평가를 했다. 그는 허핑턴포스트에 올린 글에서 "씻지도 못하고 지친 젊은이들이 금융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은 미국의 봄을 말하기 이르다"면서도 "저항이 시작된 것만은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1960년대 베트남전 반전 시위 이후 내부 문제에 눈을 돌린 적이 없는 미국이기에 이번 시위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꿈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기치를 내걸고 5일 워싱턴에서 열린 진보진영 회의에서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히, 주간지 네이션 발행인 카트리나 밴든 회블 등이 국민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치권을 변화시키기 위해 월가 시위와 같은 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 시위에 높은 평가를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뉴욕=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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