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돼야 할까. 그것도 살인자라면.
부인과 이복형제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미 오하이오주(州) 교도소에 수감 중인 압둘 아칼(52ㆍ사진)은 얼마 전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준비한 음식을 달라는 요구를 교정당국이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6월 사형이 집행될 예정인 아칼은 “나는 사형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죽음이 다가갈수록 종교적 신념에 따라 율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이슬람의 계율대로 도축된 고기를 사용하고 율법에 따라 만든 음식인 할랄(Halal)을 달라”고 주장한다. 같은 교도소에서 살인죄로 15년째 복역 중인 무슬림 코넬리우스 코제(35)도 소송에 동참했다.
아칼의 소송에 대해 주 당국은 3일 무슬림 재소자가 돼지고기가 들어가지않은 음식과 채식 식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요구는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할랄 식단이 주 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라이언 도런 주 법무부 차관은 “아칼의 요구는 교도소 식품 공급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실현 가능한 것”이라며 “재정위기 상황에서 수백만달러가 드는 일을 하긴 힘들다”고 법원에 호소했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즉각 유대교와 차별하는 처사라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유대교 재소자에게는 유대교 율법에 따라 재료를 만들고 조리한 음식인 코셔(Kosher)를 제공하면서, 2,000여명에 달하는 이슬람교 재소자의 종교적 권리는 비용을 이유로 무시한다는 것이다. 주정부는 일반 재소자의 식비로 한끼에 1.7달러를 책정하고 있지만, 유대교 재소자에게는 2배 이상인 3.5~7달러를 들여 코셔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이슬람교 재소자들은 또 식단에 대한 선택권도 없다.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오하이오 정의정책센터의 데이비드 싱글턴 책임국장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일부 주에서는 재소자에게 할랄을 제공하고 있다”며 “아칼의 권리가 지켜질 때까지 소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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