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게임 셧 다운제 등 인터넷 규제 정책으로 개인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가 이번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앱까지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정권이 불편해 할만한 내용을 담은 뉴미디어 콘텐츠를 억압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논란은 지난 5월 취임한 박 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8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 간담회에서 "SNS 관련 팀을 만들려 한다. 스마트폰 전담 팀을 만들어 스마트폰 앱만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음란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색출해 차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는 앱 심의 전담팀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관련 논의는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앱 심의 계획이 알려지자 미디어 업계와 학계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다.심의 목적이 음란물 등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보다는 정권 비판적인 내용을 규제하려는데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여론을 장악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명확하다"며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SNS와 팟캐스트 방송이 새로운 공론장으로 떠오르자 이를 통제하려는 근거 없는 협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오디오 방송 등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자 이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 스마트폰 앱 심의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심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최근 3년간 트위터 등 SNS 시정요구(접속차단) 현황을 보면 전체 134건 중 음란ㆍ선정성으로 접속이 차단된 경우는 11건에 불과한 반면 법질서 위반으로 접속이 차단된 경우는 114건이나 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2010년 10월을 기준으로 18만 개의 안드로이드마켓 앱 중 음란ㆍ선정성 앱은 총 572개로 조사됐다"며 "전체 앱 중 0.003%에 불과한 앱 심의를 위해 별도의 전담팀을 만드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앱에 대한 성격 규정 논란도 만만치 않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스마트 미디어 편성정책에 관한 연구'에서 스마트폰 앱이 지상파 방송과는 다르지만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 편성 대상으로 규정, 규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연구 보고서를 방송법 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KISDI는 보고서에서 "스마트폰의 경우 앱 장터를 하나의 채널, 각각의 앱을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으며, 앱 장터에서 앱을 배열하는 행위는 편성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 앱도 방송이기 때문에 공익을 위해 편성 규제를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통신과 방송에 대한 명확한 기준 도 없이 둘을 하나로 합쳐 통신 분야 내용을 방송처럼 규제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방송은 수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중의 전파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를 받지만 통신은 특정 개인이 콘텐츠에 접속해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 서비스를 방송법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과잉 규제라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방통심의위의 명확한 설명에 앞서 활발한 논의를 통해 스마트 미디어와 SNS에 대한 성격 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영묵 교수는 "방통심의위가 우선 공개적으로 스마트 미디어 규제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밝히고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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