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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괜히 화 나거나 기억 안나… 그냥 두면 정신병 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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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괜히 화 나거나 기억 안나… 그냥 두면 정신병 될 수 있죠

입력
2011.10.0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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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여러 진료과에서 특정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큰 사람들에게 일찌감치 건강관리를 당부한다. 암에 걸린 가족이 있거나, 혈압 혈당 같은 건강수치가 정상에서 좀 벗어났거나 하면 정기검진을 받고 식사조절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유독 쉽지 않은 병이 있다. 바로 정신질환이다. 증상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데다 대부분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병 역시 예방이 가능하다. 최근 서울대병원에 국내 처음으로 '정신질환 조기예방 클리닉'이 생겼다.

고위험군 35.7%가 발병

많은 사람들이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뭔가에 집착하거나 괜히 화가 나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의 경험을 한다. 보통은 잠시 동안이다. 이런 증상들이 너무 심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가 돼야 의학적으로 정신병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런데 간혹 의학적인 진단기준에 들어맞지는 않지만 남들보다 유독 증상이 두드러지는 사람이 있다. 정신병 고(高)위험군이다. 그냥 두면 실제 정신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자연적으로 나아질 수도 있다.

호주와 독일 영국 미국을 중심으로 약 20년 전부터 이런 사람들의 경과를 오랫동안 추적하는 연구가 진행돼왔다. 최근 호주 멜버른대 의료진은 약물치료를 한 고위험군에서는 6개월 후 9.7%에서만 정신병이 나타났고, 치료를 하지 않은 고위험군은 35.7%가 정신병으로 발전했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미리 약물치료를 하면 정신병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다.

이와 유사한 연구들이 속속 나오자 세계 정신의학계에서는 2014년 개정될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에 고위험군을 '정신질환 위험 증상 증후군(PRS)'으로 진단하는 기준을 넣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위험군을 찾아내 미리 상담하고 약도 쓰면서 발병을 막자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의 정신질환 조기예방 클리닉도 이 같은 국제의학계의 추세에 발맞춰 지난달 문을 열었다.

대뇌피질 두께 줄어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은 2004년부터 국내에서 160여명의 10~20대 고위험군을 찾아내 임상 증상과 친족관계, 뇌 변화, 청각기능, 인지기능 등을 연구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고위험군은 대뇌피질의 두께가 건강한 사람(3.6~4.4㎜)보다 평균 0.13~0.19㎜ 줄어들어 있었다. 특히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나 청각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의 피질 두께가 얇았다.

뇌의 겉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피질에는 각종 뇌 기능을 수행하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모여 있다. 피질이 얇다는 건 그만큼 신경세포가 적거나 활동이 둔하다는 의미다. 고위험군이 발병 전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나 집중력 저하, 우울함과 불안감, 불면 같은 증상을 겪을 때 이미 이 같은 대뇌피질의 손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너무 예민해지거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가족 중 정신질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위험군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분석됐다. 또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증상을 경험한 고위험군 중 20~40%가 약 1년 뒤 실제 정신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들 고위험군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증상이 심해지면 약을 먹거나 인지행동치료를 받고 있다. 고위험군의 약은 실제 발병 환자에게 쓰는 용량의 3분의 1~6분의 1 정도다. 권 교수는 "정신병 발병 위험이 특히 높은 30대 초반까지 이렇게 증상을 관리하면 발병률이 확 떨어진다"며 "고위험군 가운데서도 실제 병으로 이어진 사람과 잘 이겨낸 사람을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 차이를 찾아내면 고위험군 중에서도 진짜 병에 걸릴 사람을 선별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정신질환도 다른 병처럼 얼마든지 조기에 예방이 가능하다"며 "스스로 의심하는 증상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일찍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료를 받기를 권한다"고 강조했다.

● 정신병 조기 검진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확실하고 명료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내 청력이 너무 민감해지면서 보통 소리들이 매우 크고 날카롭게 들릴 때가 있다.

-탁자나 의자 같은 평범한 물체가 이상하게 보일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은 인식할 수 없는 특별한 사인이 내게 은밀히 전달될 때가 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가끔 어떤 사건이나 방송들이 나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때때로 내 생각이나 감정, 행동이 다른 존재에 의해 지배되는 것 같다.

-잠시 동안 내 몸이 변형되는 느낌을 가졌다.

-어떤 사람들은 내 생각을 특별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종종 어좆遲?있다.

-내 내면의 목소리를 마치 다른 사람이 내게 이야기하듯 뚜렷이 들을 때가 있다.

-어떤 특수한 상황에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종종 내 주변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12개 중 4개 이상에 해당하면 전문가 검진 받아야 자료: 서울대병원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박지완 한림대 교수 조사 "39세 이상 성인 중 40%가 비만"

국내 중년 이상 성인 남녀의 40% 가까이가 비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 의대 박지완 의학유전학교실 교수가 최근 39세 이상 성인 8,838명(남성 4,179명ㆍ여성 4,659명)의 체질량지수(BMI)를 분석한 결과 남성의 37.2%, 여성의 38.6%가 비만에 해당했다고 6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의 평균 BMI는 각각 24.3, 24.9로 과체중이었고, BMI 30 이상 고도비만인 남녀도 각각 2.89%, 6.95%였다.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BMI는 23을 넘으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2009년 국내 비만율(19세 이상 성인 중 비만에 속하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은 31.9%로 10년여 전인 1998년(25.8%)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중년 이상의 경우 이 비율은 더욱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유전적 요인 말고도 고혈압, 흡연, 음주 같은 생활습관이 비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령 담배를 피우면 살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흡연은 오히려 인체의 체지방 분포를 바꿔 복부비만을 일으킨다. '올챙이 배'라고 부르는 복부비만의 경우 신장질환을 앓을 확률이 20%, 치매에 걸릴 위험도 3~5배 커진다. 고혈압 환자 역시 비만이 되기 쉽다.

박 교수는 "식습관이 서구화화면서 국내 비만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생활환경요인과 유전적 차이에 따라 개인마다 비만 위험도가 다른 만큼 이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7일 경기 안양시 한림대 성심병원 한마음홀에서 열리는 '제2회 한림-오울루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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