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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주가조작' 유죄/ 향후 관전 포인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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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주가조작' 유죄/ 향후 관전 포인트 3

입력
2011.10.0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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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변양호신드롬 벗어날까

론스타 문제는 금융당국의 '변양호 신드롬'(민감한 사안에 대한 결정 회피 경향)을 상징하는 현안이었다. 론스타가 파렴치한 외국자본의 대명사가 된 마당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향후 책임 공방을 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내에서는 "결국 다음 정권에서 청문회에 서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공무원 사회에서 누구보다 추진력과 결단력을 인정받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조차 이 신드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5월 초 "불확실성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빨리 결론을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불과 며칠 뒤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결정을 유보했다. 그만큼 론스타 문제는 잘못 건드렸다가는 확 타오를 수 있는 인화성 강한 사안이었다.

이제 법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금융당국도 '변양호 신드롬'의 굴레에서 벗어나 속전속결로 론스타 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주주 적격성 요건 충족 명령을 통해 10%를 초과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뒤, 내달께 초과 지분에 대해 강제 매각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을 모두 팔고 한국을 떠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금융위 의결을 통해 일정이 결정되겠지만, 그리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법원 판단에 정책적 책임을 미룬 지금까지의 금융당국 행보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공무원 사회의 '변양호 신드롬' 때문에 시간만 끌면서 아무런 실익도 없이 론스타의 배만 더 불려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② 론스타 먹튀 공방

서울고등법원이 8일 론스타에 유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8년 넘게 이어진 '먹튀' 논란도 정점으로 치닫게 됐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모두 처분할 경우 5조원 이상의 순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2조1,548억원을 들여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이후 론스타가 회수해 간 자금은 약 3조원. 론스타는 2007년 2월 주당 1,000원씩 4,168억원의 배당을 받으면서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지분 13.6%를 매각해 1조1,928억원을 거둬들였고, 결산배당, 분기배당 등을 통해 지금까지 총 2조9,027억원을 회수했다. 투자금액 대비 7,500억원을 더 찾아간 셈이다.

론스타는 앞으로도 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지분매각 계약을 연장하면서 4조4,059억원의 매각대금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 조건대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론스타는 총 7조3,086억원을 회수하는 셈이다. 벌금형에 따라 250억원을 뱉어내더라도 순익 규모는 5조원을 넘는다.

때문에 금융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범죄를 저지른 론스타에 '징벌적 강제매각'을 명령해 시장가격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외환은행 지분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날 "론스타가 (하나금융과의 계약에 따라)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챙겨나가게 된다면, 그것은 벌(罰)이 아니라 상(像)"이라며 "이러한 막대한 국부유출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하겠는가"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지분 처분 방식에 대해서는 법리 검토와 함께 금융위원회 위원들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관련법령에 징벌적 강제매각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어 금융당국이 특별한 매각방식을 지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③ 하나금융 인수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품에 무사히 안길 수 있을까.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지만, 인수가격이라는 최종 관문이 남아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화하고 올해 7월 론스타와의 인수계약을 연장하면서 금융당국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또 7월에는 외환은행 지분을 담보로 1조5,000억원을 론스타에 대출해주면서 사실상 "결혼식(인수)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외환은행 주가가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계약연장 때 제시했던 인수가격은 주당 1만3,390원. 그러나 6일 종가 기준 외환은행 주가는 7,280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를 반영하면 인수가격이 2조원이나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내재가치를 보고 계약한 것이지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론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당초 계약대로 인수할 경우 국부유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금융위원회가 승인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격을 낮추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기존 계약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인데다, "주가가 빠졌으니 깎아달라"는 주장에 론스타가 응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금융과 론스타 중 어느 쪽이 더 다급한지에 달려있다. 론스타는 강제매각 명령을 받으면 6개월 안에 지분 41.02%를 팔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 짧은 기간 안에 하나금융 외에 다른 매수자를 찾기란 불가능하고, 설령 인수자가 나타난다 해도 하나금융이 제시한 가격보다 더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때문에 금융계 안팎에선 "주당 1만원 선까지 인수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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