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제 공세모드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는 적이지만, 한편으론 반도체와 LCD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최대고객이었기 때문에 그 동안 삼성전자는 특허전쟁에서 다소는 방어적 태도를 취해왔다. 애플이 먼저 소송을 내면 맞소송을 내는 정도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태도는 이제 총공세쪽으로 180도 선회했다. "고객에 대한 배려는 더 이상 없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4S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 삼성전자가 세상에 빛도 보지 못한 이 제품에 대해 유럽(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은 상징적인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애플 신제품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먼저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의 공세모드 전환은 상대방의 전력 분석이 어느 정도 끝났음을 의미한다. 삼성 관계자는 "애플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격 수단은 이미 다 나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물고 늘어진 건 주로 외형 디자인과 이용자사용환경(UI) 부분. 하지만 디자인은 독일(뒤셀도르프 법원)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에선 삼성전자의 판정승 쪽으로 이미 흐르고 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는 스페인 유럽상표디자인청(OHIM)에 애플의 디자인권에 대한 무효 심판을 제기한 상태. 유럽연합(EU) 산하기관인 OHIM은 회원국 전체의 상표와 디자인권을 관리하는 곳으로, 이 곳 결정은 각 유럽 지역의 법원 판결보다 우위에 있다.
여기에 미국의 버라이즌과 T모바일과 같은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이 삼성전자를 공개 지지하며 힘을 실어준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공세에 나선 삼성전자가 꺼내려는 무기는 통신기술 특허다. 삼성전자는 통신관련 특허만 10만 건이 넘는데, 그 동안 이 기술들을 애플이 무임승차해 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네덜란드 법원에서 열린 소송에서 삼성전자측 변호인은 "애플은 2008년 휴대폰 시장을 진입한 이래 의도적이고 구조적으로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애플측도 "삼성전자가 보유한 통신기술 특허권은 '피해갈 수 없는 기술'"이라며 어느 정도 인정한 상태다.
지금까지 진행된 양 사의 특허 소송전의 공격 주도권이 애플에서 삼성전자로 넘어올 것으로 보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근창 HMC 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양 사의 특허 공방에서 거의 모든 카드를 선보인 애플에 비해 이제 막 히든 카드를 공개한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결국 비즈니스. "양사의 관계를 고려할 때 결국엔 적당한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은 소비자들의 무게추가 아이폰과 갤럭시 가운데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주도권은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허재경기자 ricky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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