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비슷했다. 상의는 검은 티셔츠 위에 청색 남방을 입었고 하의는 청바지 차림이었다. 멀리서 보면 스티브 잡스의 패션아이콘(검정 터틀넥셔츠에 청바지)과 크게 구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상만 비슷했을 뿐, 팀 쿡은 모든 게 전임 스티브 잡스와 달랐다. 4일(현지시간) 미국 애플 본사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는 새 CEO 팀 쿡의 데뷔 무대. 아이폰5의 출시여부 만큼이나 팀 쿡의 프리젠테이션 스타일에 관심이 쏠렸지만 "싱겁고 밋밋하다"는 평가 일색이었다.
무대에 오른 팀 쿡은 "오늘이 나의 첫 번째 신제품 론칭 발표다. 나는 애플을 사랑하며 새 역할(CEO)을 즐기고 있다. 지난 14년간 애플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57개에 달하는 전 세계 애플스토어와 맥, 아이팟 터치,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대한 제품의 역사에 대해 소개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핵심부문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은 모두 실무자들에게 맡겼다. 애플의 새로운 운영체제(OS)인 iOS5 소개는 스콧 포스톨 부사장이, 아이폰4S에 대한 발표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필 쉴러 수석부사장이 각각 맡았다.
'원맨시스템'으로 프리젠테이션 전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필요할 때만 실무자를 활용했던 잡스와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프리젠테이션의 마술사'로 불리는 잡스 만큼은 아니더라도 청중을 이끄는 리더십과 카리스마는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팀 쿡은 행사 말미에 다시 등장했지만"아이폰4S는 역사상 가장 놀라운 아이폰"이라며 짧은 인사말을 건넸을 뿐이다.
시장반응도 시큰둥 했다. 영국의 BBC는 "지루한 데뷔였다"고 평가했으며, 미국 IT전문매체 씨넷도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이용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정태영 현대카드사장은 트위터에 "썰렁한 행사 내용을 보니 애플이 잡스 이후 생각보다 더 빨리 무너질 것 같다"며 "그 정도라면 서면 발표만 했어도 됐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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