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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부산국제영화제 6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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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부산국제영화제 6일 개막

입력
2011.10.0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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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름한 달동네에도 스타의 체취… 웰컴 투 부산

영화는 늘 못 본다. 인기 있는 건 예매 시작한 지 10초도 안 돼 매진이다. 그래도 10월만 되면 부산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는 건, 영화깨나 본다고 자부하는 시네필의 의무감 같은 것. 거리에 굴러다니는 스타를 구경하다 밤이면 파도소리 안주 삼아 소주병을 따는 낙을 어디에 비기리오…라고 말은 하지만, 그 짓도 해마다 하자면 솔직히 조금 지겹다.

올해는 색다른 영화 여행을 떠나보자. 바로 영화 장면 속으로 여행. 부산은 최근 영화가 가장 사랑하는 로케이션 장소다.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40편의 영화가 부산에서 촬영 중이거나 헌팅(촬영 장소를 찾는 일) 작업 중이다. 지도와 교통 카드만 있으면 채비는 충분하다. 참, 오늘은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이다.

첩보원의 '자아 찾기'를 다룬 영화 본 시리즈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 꼽자면, 3편 '본 얼티메이텀'(2007)에서 주인공 맷 데이먼이 남미의 달동네 지붕 위로 날아다니는 신이다. 거기 못지않은 포토제닉한 달동네가 부산에도 있다. 외모로 치면 맷 데이먼보다 하나 뒤질 것 없는 기무라 다쿠야가 마쓰 다카코와 함께 헉헉대며 올랐던 '히어로'(2007)의 가파른 계단길이다. 사하구 감천2동, 지금도 우물과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동네다.

마을버스도 동구까지만 들어왔다 후진해서 나가야 하는 이 동네는 최근 2년 새 외모가 적잖이 변했다. 다행히 동네를 통째 부숴서 아파트로 만드는 재개발은 아니다. 2009년 주민과 미술을 전공한 학생들이 참여,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10점의 조형작품을 설치해 동네의 얼굴을 바꿨다. 지난해에는 '미로미로(美路迷路) 골목길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에 탐방로를 만들고 곳곳에 미술작품을 앉혔다. 폭이 채 1m가 되지 않는 모퉁이를 돌면, 툭 하고 이색적인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본래 이 마을 주인은 한국전쟁 때 산을 깎고 신산한 살림을 부렸던 피난민들이다. 난리가 끝난 뒤엔 전국에서 태극도 신도들이 모여들어 신앙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각지의 사투리가 섞여 있다. 1일 '희망의 나무'라는 작품이 설치된 골목의 구멍가게. "성님, 뭐 반찬거리 좀 있능가?" 하는 전라도 말투의 질문에 "동태 있다카이. 네 마리 5,000원에 가가래."하는 경북 말씨의 대답이 돌아왔다. 남루함이 묵어 빈티지가 된 공기가 동네를 채우고 있었다.

문현동 안동네는 '마더'(2009) 촬영 이후 로케이션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김혜자와 원빈, 진구가 빚어낸 그로테스크한 인간 관계의 배경 공간이다. 원래 공동묘지가 있었던 곳으로 주인을 알 수 없는 봉분이 낮은 담벼락 사이사이에 놓여 있다. 대낮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해 진 뒤엔 혼자 걷기 싫은 곳. 하지만 이 마을도 2008년 주민과 학생들이 참여해 47점의 벽화를 그려 넣으면서 외모가 꽤 변했다. 서쪽으로 탁 트인 산동네라 저녁 노을이 일품이다. 탁주, 소주 한 병에 2,000원, 전구지(부추)전 한 장에 3,000원인 고마운 동네이기도 하다.

부산 토박이들도 와보면 "부산에 이런 곳이…" 하고 놀라는 범일5동은 '친구'(2001)의 유명한 철길 횡단로가 있는 오래된 달동네다. 지난해 원빈 주연의 '아저씨'가 촬영될 때까지 10년 동안 변한 모습이 거의 없다. 1960년대의 가난을 간직한 퇴락한 항구의 뒷골목 풍경이 거짓말처럼 펼쳐진다. 7시 괘종시계 소리와 함께 무표정하던 김해숙의 얼굴에서 "시마이"하며 함박웃음이 피어나던 '박쥐'(2009)의 행복한복집은 전포2동 재개발 예정지에 숨어 있다.

낡은 도시 풍광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센텀시티는 영화인들이 "2030년대의 도시 풍경 같다"고 말하는 초현대의 공간. 70~80층의 마천루가 바다를 배경으로 세련된 스카이라인을 그리는 이곳은, 오시이 마모루의 SF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를 실사 영화로 찍기 위해 만들어 놓은 촬영 세트 같다. 국제회의장 벡스코와 광안대교 등도 영화 촬영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는 영화인들의 단골 로케이션 장소다.

영화 속에서 어둑한 밤바다를 배경으로 한 항구는 십중팔구 부산 감천항이라 생각하면 된다.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 찾는 이가 거의 없지만, 한적한 덕에 가까운 다대포해수욕장과 함께 많은 영화에 등장했다. 해운대, 광안리, 중앙동 등 유명 관광지에서도 영화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요컨대, 요맘때면 사람들 입에 오르는 '영화의 바다'는 해운대의 횟집촌보다는 훨씬 그 경계가 넓다. 부산의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레디, 액션!'

1. 을숙도

엽기적인 그녀(2001), 마음이…(2006)

지하철 1호선 하단역 하차 시내버스 58, 58-1, 58-2번 이용.

2. 다대포해수욕장

태풍(2005), 예의없는 것들(2006)

지하철 1호선 신평역 하차 시내버스 2, 11, 338번 이용.

3. 감천항

사생결단(2006), 뷰티플 썬데이(2007), 님은 먼곳에(2008), 황해(2010)

지하철 1호선 토성역 하차 시내버스 6, 16, 161번 이용.

4. 감천2동

히어로(2007), 마이 뉴 파트너(2008), 네버엔딩스토리(2011)

지하철 1호선 토성역 하차 마을버스 2, 2-1, 1-1번 이용. 괴정역 하차 마을버스 1, 1-1번 이용.

5. 중앙동 문화관광테마거리

재미있는 영화(2002), 하류인생(2004),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 전우치(2009)

지하철 1호선 중앙동역.

6. 초량동 상해거리

올드보이(2003)

지하철 1호선 부산역.

7. 범일5동

친구(2001), 강적(2006), 아저씨(2010)

지하철 1호선 좌천역.

8. 사직야구장

해운대(2009), 나는 갈매기(2009)

지하철 3호선 사직역, 종합운동장역.

9. 전포2동

박쥐(2009)

지하철 1호선 부전역, 양정역.

10. 광안대교

라디오스타(2006), 인사동 스캔들(2009), 해운대(2009)

지하철 2호선 광안역.

11. 센텀시티

울학교 이티(2008), 무방비 도시(2008),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 부당거래(2010)

지하철 2호선 센텀시티역.

12. 문현동 안동네

1번가의 기적(2007), 마더(2009), 푸른소금(2011)

지하철 2호선 대연역 하차 시내버스 10, 138번 이용.

13. 기장 대변항

친구(2001), 복면달호(2007), 애자(2009)

시내버스 39, 73, 180, 181, 183, 188, 1003번 이용.

부산=글·사진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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