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기업 피죤 전 사장 폭행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5일 폭행을 사주한 혐의로 이윤재(77) 피죤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7일 오전 10시 한 차례 더 이 회장을 불러 조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사실관계 확인 조사를 했고 변호인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조사를 일찍 마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은욱(55) 전 사장의 폭행사건 당일인 지난달 5일 이 회장이 김모(50) 재무이사에게 5만원권 6,000장(3억원)을 준 단서를 잡고 전달경위와 출처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서 이 회장에게서 돈을 받아 이 전 사장을 폭행한 조직폭력배들에게 전달했다는 김 이사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이사의 진술과 4일 피죤 본사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물증 등을 들이대며 이 회장을 강도 높게 추궁했고 이 회장도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전제로 증거인멸과 도주우려 등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쯤 서울대병원 로고가 적힌 환자복에 푸른색 마스크를 쓰고 경찰대 출신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청부폭행 혐의를 인정하는가' '폭행사주 혐의로 이미 구속된 김 이사에게 지시한 사항이 무엇이었나'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조사를 맡은 형사과로 들어갔다. 8시간의 조사를 받고 피의자신문조서를 꼼꼼히 확인한 뒤 오후 11시20분쯤 나온 이 회장은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습니다"라는 한 마디만 짧게 했다.
이 전 사장은 지난 2월 피죤 사장에 취임했으나 이 회장의 회사자금 사용과 관련해 마찰을 빚으면서 4개월 만에 해임됐고 함께 해임된 임원 2명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및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 이 전 사장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5일 밤 자신의 아파트로 귀가하던 중 광주 무등산파 조직폭력배 3명으로부터 폭행당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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