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두번째로 재산이 많은 억만장자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득신고를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보수매체와 정치권에서 버핏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듯이 비난하며 소득신고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데 대한 대응이다. 단 조건을 달았다. WSJ를 소유하고 있는 보수성향의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도 함께 동참하라는 것이다.
버핏은 이날 경제전문지 포춘이 주최한 '가장 강력한 여성들' 정상회의에서 "WSJ 사주인 머독과 내가 만나서 소득신고서를 (신문에) 게재하는 것은 아주 멋진 생각"이라며 "나는 내일 아침이면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세 공개를 "서민들에 대한 인기영합"이라고 맹비난한 보수세력에 대한 역공인 동시에 부자 증세의 타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버핏은 8월 뉴욕타임스에 "나는 내 비서보다 낮은 세율의 세금을 내고 있다. 부자 감싸기를 중단하고 나와 같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는 기고를 내 '버핏세' 논란을 불렀다. 보수진영은 버핏의 증세 여론몰이가 심상치 않자 "먼저 소득 신고를 공개하라"며 '버핏때리기'를 계속해왔다. WSJ는 "버핏이 기부금을 내면서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억만장자의 지적 탈세"라고 비난했고, 존 코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버핏이 우리의 세제 정책의 기준이 된다면 소득신고서를 한번 봐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버핏은 보수진영의 흠집내기에도 불구하고 "소년시절 꿈이 내 이름을 딴 법안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버핏세'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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