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대통령, 그래서 '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가 법정에 섰습니다. 일종의 친부(親父)확인소송이라고 합니다. EBS에서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뽀롱뽀롱뽀로로'의 제작사인 오콘의 김일호 대표가 공동사업자인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최종일 대표를 상대로 4일 저작권 확인 등 청구 소송을 낸 것입니다.
김 대표는 소송 이유에 대해 "실제 창작자인 오콘을 빼놓고 아이코닉스가 홀로 국가가 주는 상도 받고 홍보도 했다"고 밝혔는데요. 사실 두 회사는 지난 2002년 5월 공동사업약정을 맺어 ▦캐릭터 디자인 및 애니메이션 제작은 오콘이 ▦기획 및 마케팅은 아이코닉스가 맡기로 했습니다. 현재 뽀로로의 저작 재산권은 두 회사와 EBS·SK브로드밴드 4개사가 공동으로 보유한 상태이지요.
그런데 소송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바로 '인격권'소송이란 점인데요. 보통 저작권과 관련된 소송은 금전적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그런 것이 아니라 일종의 명예대결 성격이 짙습니다.
인격권이란 저작물에 대해 정신적 인격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친자소송과 유사합니다. 오콘 측은 아이코닉스가 협약 등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뽀로로의 단독 개발자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주장합니다. 때문에 오콘이 마치 하청업체인 것처럼 비쳤고, 결국 이는 오콘의 저작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아이코닉스 역시 오콘 측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데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한치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로 나가는 모양새인데요.
저작권 싸움에서 자존심과 명예가 전면에 나오는 것이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만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란 정의를 보면, 애초부터 저작물이란 명예와 뗄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차라리 돈 문제라면 협상이 가능하지만,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조정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소송 때문에 뽀로로의 이미지가, 그리고 뽀로로같은 동심을 가진 어린아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소송을 통해 모두가 한번쯤은'저작권이란 손쉽게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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