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고급 브랜드 에르메스 매장의 1만유로(1,600만원) 짜리 켈리백은 조기 품절됐다. 까르띠에 쥬얼리와 빨간색 스카프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샹당녠(想當年) 등 명품시계 상점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40%나 늘었다. 현재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싹쓸이 쇼핑의 결과다.
주인공은 중국 관광객. 1일 시작해 7일까지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해외로 나선 중국인들이 세계 주요 쇼핑가에서 엄청난 쇼핑 욕구를 과시하고 있다.
광둥(廣東)성 선전 출신의 류(劉)ㆍ천(陳)씨 부부는 홍콩 쿠룬(九龍)의 한 백화점에서 2시간 만에 화장품만 20만위안(3,800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천씨는 "위안화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에 홍콩 제품은 환율상 20%의 할인 효과가 있고 면세혜택이 주어지는데다 품질도 믿을 만 하다"며 "남은 연휴 기간에 휴대폰, 손목시계, 핸드백 등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옐로스톤국립공원,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을 찾은 한 중국 관광객이 모두 6,000달러(720만원)를 소비했다고 보도했다. 숙박과 식사 비용에 옷과 랩톱 컴퓨터를 구입하면서 지불한 금액이다.
이 중국 관광객은 미국에서 25달러짜리 나이키 운동화를 본 뒤 "이 금액이면 중국에서 가짜 나이키 운동화도 사기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 쇼핑의 의욕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4일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중국 관광객들이 환차익 혜택을 등에 없고 홍콩, 한국, 미국 등으로 해외여행을 떠나 이들 국가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홍콩 여유발전국 및 여행업의회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연휴기간 동안 매일 400여 관광팀이 홍콩을 방문, 이 기간 동안 중국인 홍콩 관광객이 모두 70만명에 이르고 이들이 약 42억위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여행연구원은 통계자료를 통해 국경절 연휴에 중국인 220만명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1, 2일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으로 빠져나간 관광객은 25만명에 이르렀다. 연휴기간 중국 관광객 전체의 소비 규모는 2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는 거리가 가깝고 중국어 서비스가 좋은 홍콩, 한국, 태국 등이 인기 여행지로 부상했다. 환추시보는 이 기간 동안 한국을 찾을 중국 관광객이 7만여명에 이르러 지난해보다 20% 증가하고 이들이 1억달러 이상을 지출함으로써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의 일부 의류유통업체를 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만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만 여행당국은 360개 여행사에 강제 쇼핑과 바가지 요금을 엄금한다고 지시했는데 이는 중국 관광객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외국인 여행객이 크게 감소한 일본도 중국 국경절 특수를 자국의 레저산업에 연결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관광업계는 일본 거주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단기여행상품을 출시하는 등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호주 역시 몰려드는 중국 관광객들로 싱글벙글하고 있다. 올해 호주를 찾은 중국 여행객은 지난해보다 23% 증가했는데 호주는 2020년까지 이를 현재의 2배 규모인 연 86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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