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 때 아프긴 해요. 그래도 저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ㆍ남아공)는 두 다리를 사고로 잃었음에도 지난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의족을 달고 일반 스프린터들과 레이스를 펼쳤다. 그리고 그는 남자 1,600m 계주에서 조국에 은메달을 안겼다. 대구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 '제2의 피스토리우스'가 조용히 등장했다.
영국의 청소년 죠니 피콕(18)은 5살 때 한쪽 다리를 잃었다. 수막염으로 오른 다리 신경이 죽어갔고, 결국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만 했다. 하루아침에 걷지 못하게 된 소년은 큰 절망에 빠졌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사연을 듣고 피콕을 찾아갔다. 베컴은 따뜻한 격려와 함께 선물을 주며 피콕을 독려했다. 피콕은 스포츠가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베컴에게서 배웠다.
피콕은 베컴과 만남 이후 의족을 하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소극적이던 성격이 점차 바뀐 그는 학교 운동행사에도 자진해서 참가했다. 한번은 의족을 떼고 20m 가량을 힘겹게 달리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베컴과의 만남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 피콕은 "저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몸이 불편하지만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계속 달릴 것입니다"고 힘줘 말한다. 그 후 그는 달리기 훈련에 매진했다.
피콕은 지난 1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국제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위원회 주최 세계육상선수권 100m에서 6위를 차지했다. 당시 그가 기록한 11초47은 유럽 선수 가운데 패럴림픽 최고 성적이다. 이 대회 선전으로 피콕은 2012 런던 패럴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이제 그는 국가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는 선수다. 영국육상연맹(UKA)은 피콕을 런던으로 데려와 세계 최고의 육상 감독인 댄 파프의 집중 조련을 받게 했다. UKA측은 아직 18살에 불과한 그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의 기대주로 평가하고 있다. "메달을 따는 게 쉽진 않겠죠. 하지만 2016년에는 해볼 만 합니다. 지켜봐주세요." 피콕의 당찬 포부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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