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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여대생 '반전된 운명'… 진실은 여전히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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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여대생 '반전된 운명'… 진실은 여전히 미궁

입력
2011.10.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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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이지 않았어요, 난 강간하지 않았어요, 난 그 자리에 없었어요. 집에 돌아가서 내 삶을 찾고 싶어요."

룸메이트 살해 혐의로 26년형을 선고받은 미국의 여대생 어맨다 녹스(24)가 결국 결백을 인정받았다.

이탈리아 페루자 항소법원은 2007년 영국 여대생 메레디스 커처(당시 21세)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4년째 복역 중이던 녹스에 대해 원심을 깨고 3일 무죄를 선고했다. 녹스의 재판을 생중계하던 전세계 주요 언론은 "극적인 반전"이라면서 "검찰이 '마약과 섹스를 즐기던 음탕하고 지저분한 섹스광'이라고 지목했던 녹스가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지닌, 누명을 쓴 순진한 여대생'으로 바뀌어 법정을 나섰다"고 전했다. 녹스는 풀려나자마자 고향인 미국의 시애틀로 떠났다. 녹스와 같은 혐의로 25년형을 선고 받은 그의 남자친구 라파엘레 솔레치토(27) 역시 무죄로 석방됐다.

2007년 11월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녹스와 한 방을 쓰던 커처는 반나체 상태로 성폭행당하고 칼로 온 몸이 수십차례 찔린 채 잔혹하게 살해됐다. 워싱턴주 시애틀대학에서 유학 온 녹스와 솔레치토는 사건 발생 5일만에 체포됐다.

1심 법원은 2009년 12월 살인과 성폭행 혐의로 녹스와 솔레치토에게 징역형을 선고했고 둘은 지난해 11월 항소했다. 또 다른 용의자인 코트디부아르 출신 루디 구데(당시 20세)는 징역 30년형을 선고 받은 뒤 항소심에서 16년형으로 감형됐다.

검찰은 녹스가 커처에게 솔레치토, 구데와 함께 섹스파티를 할 것을 제안했다 거절당하자 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커처가 살해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이 뒤집힌 것은 1심 선고에서도 논란이 됐던 검찰의 DNA 증거를 배심원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솔레치토의 집에서 발견된 칼날과 칼자루에서 녹스와 커처의 DNA가 동시에 검출됐고 커처의 브래지어에서도 솔레치토의 DNA가 검출됐다며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DNA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결국 항소심이 이를 받아들였다.

녹스가 무죄로 풀려나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언론은 '녹스는 무죄인가'라며 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법원 밖에서 판결을 지켜본 시민들도 "수치스럽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녹스가 미국으로 떠난 뒤 궐석상태에서 재판이 열릴 것으로 보여 녹스가 법의 심판을 다시 받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해당국의 공소 제기가 있다 하더라도 자국민을 인도한 적이 없다.

녹스는 풀려난 뒤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미디어업계와 연예계의 출연 요청이 쏟아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그가 곧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NBC방송의 간판 앵커 매트 로어가 인터뷰를 위해 녹스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며 abc방송의 엘리자베스 바가스는 단독 인터뷰 성사를 위해 거금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자서전 출판권을 따내기 위한 출판업계와, 이번 사건을 영화로 만들려는 제작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번 사건이 미녀, 살인, 섹스 등 호기심을 자극할 요소로 가득한데다 흉악한 살인범이냐 무고한 희생양이냐는 논란까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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