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김장훈법'을 만든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식 명칭은 '명예기부자법'이다. 100억 원 넘는 돈을 사회에 기부하고도 월세에 산다는'기부천사'가수 김장훈 같은 이들이 노후 생활이 어려울 경우, 국가가 종신연금을 준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30억 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이 60세가 넘어 재산 1억 원이 안되고 소득이 없으면, 생활비 의료비 장례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보도됐다."30억 기준은 너무 높다"는 댓글 논란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김장훈 본인이"난 노후연금보험 들었는데…"라고 글을 올리는 바람에 미리부터 김이 샌 듯했다.
■ 그게 아니라도, 로또 횡재도 아닌 30억 재산을 기부한 이들 가운데 노후 대책이 없거나 졸지에 생계가 막막한 이가 얼마나 될까 싶었다. 또 삯바느질 등으로 어렵게 장만한 작은 집 한 채, 30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전 재산을 대학 등에 내놓은 노인들은 어찌하나 걱정스러웠다. 애초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꺼이 희사(喜捨)한 이들도 더러'30억'기준이 섭섭할 수 있다. "내 돈이 그것만 못하냐"고 서리서리 얽힌 한을 토로할 법하다. 사이비 자선단체 등에 재산을 맡긴 척하고 국가에 손을 내미는 부작용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 김장훈법 얘기가 들어갔나 싶더니, 정부 여당이 새로'기부 연금'입법을 들고 나왔다. 노후 걱정 때문에 기부를 망설이는 이들이 대학과 자선단체, 의료ㆍ복지ㆍ종교 재단에 부동산 등 재산을 맡기면, 기부액 50% 이내에서 평생 정액 연금과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일시납 연금보험 비슷하지만, 기부자와 배우자 등 지정 수혜자가 모두 죽으면 남은 자산은 대학이나 자선재단에 귀속된다. 기부자는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으며 기부를 할 수 있고, 자선재단은 비교적 쉽게 기금자산을 늘릴 수 있다.
■ 미국에서 100여 년 전 등장한 자선기부연금(Charitable Gift Annuity)은 가장 보편적인 기부 형태다. 금리 하락과 투자수익 감소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고령 은퇴자들이 선호한다. 부모와 자손을 연금수혜자로 지정할 수 있고 세금 혜택이 있어 증여ㆍ상속에도 이용된다. 문제는 숱한 자선재단이 기부금 유치를 위해 연금 금리 경쟁을 하면, 기금이 부실해져 연금 재원이 바닥나는 것이다. 그래서 유치 자격과 기금 운용을 엄격히 규제한다. 기준 금리도 전국기부연금협의회(ACGA)가 매년 책정해 고시한다. 기부문화 확산은 바람직하지만, 부작용을 미리 잘 헤아릴 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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