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의 실내악 전용홀인 IBK챔버홀이 개관 기념 페스티벌로 본격 항해에 나선다. 각 분야 국내 최고의 출연진은 600석 규모의 이 홀에 실린 기대를 반영하고도 남는다. 5, 6일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신영옥씨의 오프닝 콘서트를 시작으로 12월 13일까지 48회의 콘서트 장정이 이어진다.
'클래식 스타 시리즈', '영 클래식 스타 시리즈', '앙상블 페스티벌', '손범수ㆍ진양혜의 토크 앤 콘서트' 등 네 가지 테마로 진행될 이 자리는 현재 국내 클래식 음악의 지형을 가늠해 볼 기회이기도 하다.
클래식 스타 시리즈 출연진의 면면은 그래서 소중하다. 7일 첼리스트 양성원, 8일 피아니스트 김대진, 11일 하피스트 곽정, 12일 소프라노 임선혜, 17일 피아니스트 이경숙, 18일 첼리스트 송영훈, 22일 바리톤 서정학, 23일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 22, 23일 피아니스트 유영욱ㆍ박종화, 28일~11월 1일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ㆍ이성주ㆍ이경선, 2일 피아니스트 최희연, 7일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아 등의 독주회로 계속된다. 영 클래식 스타 시리즈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등이 나온다.
앙상블 페스티벌에서는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등을, 토크 앤 콘서트에선 첼리스트 정명화와 피아니스트 김정원을 만날 수 있다.
IBK챔버홀은 이미 공연자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개관 기념 페스티벌의 첫 무대를 장식하는 소프라노 신영옥씨는 지난달 7일 홀을 찾아 음향 상태 등을 직접 점검했다. 무대 곳곳을 옮겨가며 노래를 부르는 등 꼼꼼하게 살핀 그는 "명확하고도 밝은 느낌의 음색이 구석구석 정확하게 전달된다. 소프라노로서는 최고의 느낌이다"고 호평했다. 양성원 등 다른 참가자들도 체감 테스트를 해 보고 만족을 표했다. "현악기의 현을 뜯는 피치카토 때 소리가 뭉쳐지기 쉬운 일상적 난관도 무난히 극복, (모든 악기 소리가) 명확히 들린다"는 관현악단 관계자의 평도 따랐다.
그 덕에 그동안 350석 리사이틀홀이 홀로 감당하던 앙상블 음악이 한층 정교하고 풍성해지게 됐다. 예술의전당 음향엔지니어 문성욱(39)씨는 "잔향 시간이 1.4초로 풍성한 음향을 감상하기에는 아쉬웠던 리사이틀홀보다 긴 1.6~1,7초"라며 "고정 마이크 8개, 이동 마이크 10개로 최적의 음향을 찾아내므로 실황 음반 녹음에 충분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건축음향 설계ㆍ컨설팅 전문가로 이 홀을 설계한 김남돈(52) 박사는 "오직 음향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설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순수하게 우리 기술만으로 이뤄냈으므로 로열티를 전혀 내지 않은 것 역시 처음"이라고 말했다. 설계 구상에 6개월, 실제 설계에 6개월 등 모두 1년의 준비가 필요했던 이번 음향 작업에는 20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천안ㆍ강릉 예술의전당 건립, 대전시민회관 리모델링 등 그에게 맡겨진 향후의 작업에서도 이번 공사의 노하우는 소중하게 쓰일 전망이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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