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영화 '국가대표' 속 스키점프보다 더 인기 없는 스포츠에 목숨을 건 아이들이 있다. 청소년소설 의 주인공 을하와 그의 친구들이다. 컬링은 맷돌처럼 생긴 공 '스톤'을 빗자루처럼 생긴 도구 '스틱'을 이용해 골대인 '하우스' 안에 넣는 운동. 쉽게 말해 4명의 선수가 빙판을 쓸고 닦아 공을 움직여 골대에 넣는 경기다. 아이들이 이 단순한 운동에 꽂힌 이유? '그냥'이다.
출판사 비룡소가 주최하는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인 의 작가 최상희씨는 4일 간담회에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좋아서, 그냥 가슴이 뛰어서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 제목을 '그냥'이라고 붙여 봤다"고 말했다.
"컬링 경기 선수들이 그냥 좋고, 가슴 뛰는 일을 하다 스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듯 쓸모 없다고 생각되는 일도 끊임없이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하는 순간에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순간이 올 거예요."
작가는 "지난해 동계올림픽 중계를 보다 컬링 매력에 빠져" '국내 유일'의 컬링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 그가 생각하는 컬링의 매력은 스톤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휘어서 골대에 들어간다는 점. 작가는 스톤이 휘어지는 곡선지점을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비유하며 을하와 친구들의 성장담을 펼친다. "컬링은 4명이 한 팀을 이뤄서 하는 경기인데 한 명이 잘한다고 해서 득점하는 것이 아니라 4명이 화합해야 해요. 컬링을 배우며 소설 주인공인 4명의 소년들을 구상했어요."
소설은'제2의 김연아'로 불리는 피겨 유망주인 여동생에게 치이고, 학교에서도 관심을 못 받는 주인공 을하가 어느 날 컬링부에 들어가게 되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자기 벽을 허물고 서서히 변화해 간다는 내용이다.
소설만큼이나 작가의 이력이 재미있다. 여성잡지 기자로 10년 간 일하다 퇴직해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서 논술과외 교사로 일하다 "책읽기 훈련이 안된 아이들을 보고" 청소년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단다. 한 권당 500원씩 용돈 받아야 책을 읽는 조카가 이모의 소설을 찾아 읽을 만큼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 꿈이라고. 그는 "이 소설이 김려령의 처럼 영화로 만들어지길 기대하느냐?"란 질문에 "컬링은 선수들 '폼'이 안 나와 영화화되지 못할 것"이라고 재치 있게 피해갔다.
"신인작가라 좋은 점은 안 써본 게 많아 쓰고 싶은 게 많다는 거예요. 구상중인 작품이 많아 당분간은 청소년소설만 쓸 생각입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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