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교사들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대학입시라는 지상과제 아래 샌드위치가 된 교사들의 열의만 떨어진 것 같다."(동두천 D고 교사)
"밤 10시 이후 야간자율학습, 학원수강이 금지됨에 따라 고 2,3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개인과외로 몰리고 있다. 돈이 훨씬 더 들어 불만이 많다."(수원 Y고 학부모 김모씨)
"체벌이 거의 없어지고 두발 복장이 자유로워져 좋다. 선생님들도 상ㆍ벌점으로 아이들을 지도해 학교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성남 C중 이모양)
5일로 시행 1년이 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평가는 아직 논란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선진교육으로 가는 진일보한 교육방침'이라고 반색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대학입시에 올인하는 국내 교육의 현실을 무시한 설익은 정책'이라고 폄하한다. 특히 학부모들의 불만이 여전해 조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후속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목고 교사로 재직하다 올해 용인의 일반계 고교로 옮긴 H(36)교사는 "비교적 학업수준이 높은 특목고 학생들은 면학분위기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옮긴 학교는 자율학습 참여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체벌금지를 악용해 면학분위기를 크게 해친다"고 우려했다.
수원의 한 고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이모(35)교사는 "예전엔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인성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잘하는 학생들만 바라본다"며 "일부 교사들은 두발이나 복장점검, 방과후 학생지도 등에 오히려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차라리 속 편하다고 체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집계한 각급학교의 교권침해사례 접수 건수는 2001년 104건에서 2006년 179건, 2009년 237건, 2010년 260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 만큼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다.
학부모들은 인권조례가 부모자식 간 갈등을 키우고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청소년들은 미성년자여서 어느 정도의 제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인권조례로 아이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것이다.
고2 아들을 둔 김모(49ㆍ고양시)씨는 "밤 10시 이후 학원수강이 금지되면서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비싼 족집게 과외로 몰리고 있다"면서 "교육감과의 대화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이런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감정적 체벌이 없어지고, 학생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은 분명한 성과로 꼽힌다. 학생들을 더 이상 편달(鞭撻)이 아닌 지도(指導)의 대상으로 봐야 진정한 선진교육이 가능하고, 인권조례가 그 초석이 된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도 교권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부작용 해소에 나서고 있다.
정상영 경기도교육청 부대변인은 "학생인권조례는 시행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최근 자리잡고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성장통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5일 체벌금지, 강제 야간자율ㆍ보충학습금지, 두발ㆍ복장규제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했다.
수원=이범구기자 ebk@hk.co.kr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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