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 최대도시 호찌민에서 북쪽으로 차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민흥(Minh Hung) 제 3산업공단. 말이 산업공단이지 공장은 없고 나무 숲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이 곳에 현대식 대형 공장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다.
국내 나무 보드 생산 1위 업체 동화기업의 공장이다. 약 38만㎡ 부지에 지어지는 공장은 주변의 낡은 베트남 건물들과 다르게 첨단 시설이 갖춰졌다.
김홍진 동화기업 대표는 "이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면 중밀도 섬유판(MDF: 가구 등에 쓰이는 합판의 일종) 단일 공장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라며 "우리 기업과 베트남 기업이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에 나서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동화기업은 MDF 업계에서 아시아 1위, 세계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목재 자급률이 13%에 불과한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특유의 기술력과 노하우, 신뢰로 이룬 성공이다.
베트남에 최대 규모의 MDF 공장을 짓는 일도 기술력과 신뢰가 밑바탕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트남은 풍부한 나무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생산 설비와 기술력이 부족했다. 특히 주로 가구와 주택 내장재로 사용되는 MDF는 경제 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베트남 내 6~7개 공장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 때 베트남이 찾아나선 곳이 동화기업이었다. 동화기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동남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 김 대표는 "원자재가 풍부하고 제품을 만들어 유럽, 동남아, 중동 등 큰 시장으로 보낼 때 물류비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매우 유리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국영기업 VRG(Vietnam Rubber Group)은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동화기업에 기술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 해 합작 회사(VRG DONGWHA MDF)가 설립됐다. 올 연말 공장이 준공되고 내년 4월 생산에 들어가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연간 생산능력 30만㎥)가 된다. 향후 VRG는 원자재 안정적 공급과 내수 판매를, 동화기업은 제품 제작과 동남아, 중동 등 해외 수출을 맡게 된다.
합작법인 채광병 대표는 "공장이 위치한 빈푹성 지역은 고무나무 자원이 풍부해 원재료 수급에 좋고 대도시가 가까워 최적의 입지 조건"이라며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기술력과 노하우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또 하나의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베트남)=강희경기자 kst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