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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치, 물길막아 수해만 키웠다" 지자체들 철거요청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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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치, 물길막아 수해만 키웠다" 지자체들 철거요청 빗발

입력
2011.10.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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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5도의 해안에서는 수면 위로 삐죽 튀어나온 철 구조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북한 함정의 상륙을 막기 위해 박아 놓은 일명 용치(龍齒)다. 이런 용치들이 바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 북부를 비롯한 접경지역 소하천들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용치들이 수북하게 박혀 있다. 이전에도 '용치 무용론'이 간간이 제기됐지만 올해 여름 집중호우를 계기로 경기 북부 지자체들에서 용치 철거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3일 경기 파주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관내 군부대들에 용치 철거를 건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7월 말 집중호우 때 입은 적성면 설마천 주변 홍수 피해에 용치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나무 등이 설마천을 가로지르는 용치에 걸리며 유속이 느려진 하천물이 제방 밖으로 넘쳤다는 것이다. 설마천 범람 당시 파주 적성면과 양주시 중면을 연결하는 지방도 371호선 일부 구간이 끊겼고,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었다. 시는 관내 17곳의 콘크리트 용치 중 10개는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 피해가 우려돼 철거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연천군도 올해 여름 수해 때 용치가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지난달 말 용치 20곳을 관할하는 군부대들에 철거 검토 공문을 발송했다. 연천군에는 청산면 신서면 전곡읍 군남면 등의 소하천들에 용치가 설치돼 있다. 이빨 개수로 따지면 1,200여 개에 달하고, 철제 2, 3곳을 빼면 모두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용치 규모는 하천 폭에 따라 다르다. 폭이 넓은 하천에는 전체 길이가 60~70m나 되는 용치도 있다. 콘크리트 용치 높이는 대개 1.5~2m 정도다.

지자체들은 용치가 설치된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약 10년간 문서를 보관하지만 그 안에는 자료가 없어 최소 200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연천의 한 군부대는 설치 연도가 확인되는 용치 3곳이 1974~1980년에 만들어졌다고 밝혀 대부분의 용치가 군사정권 시절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천군 관계자는 "지금이라면 군이 신청한다 해도 지자체들이 하천점용허가를 내주지 않아 설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륙 하천에 설치된 용치의 주 용도는 전차 등 적의 기갑부대를 저지하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접경지역에 길이 많지 않던 과거에는 도로를 대전차 방호벽이 차단하면 전차가 소하천을 타고 침투할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통팔달로 도로가 뚫려 있어 굳이 하천을 막을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도가 군과 협약을 맺어 경기 북부 주요 도로의 방호벽들까지 허물고 있어 용치의 실효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군이 지자체들의 용치 철거 요청을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군은 여전히 작전상 용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파주의 한 군부대 관계자는 "적의 작은 침투 가능성이라도 사전에 방지해야 하고, 용치로 인해 하천들이 범람했다는 근거는 없다"며 "용치 철거 문제는 상급부대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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