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종편) 채널의 광고주 설명회가 이달 5일부터 시작된다. 한 종편 채널은 무려 400여 기업에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초청장을 받아 든 기업들은 벌써부터 초긴장 상태다. 현재까지 4대 그룹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과 큰 마찰 없이 물밑 작업만 진행 중이었지만, 설명회가 끝나면 각 종편 매체들이 직접적으로 내년 광고 예산 편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A사 광고 담당자는 "종편 채널들이 각 기업의 지상파 연간 광고 집행액수 자료를 입수해 이를 토대로 30~50%를 종편 채널에 집행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MBC에 광고하는 액수의 수십%를 내년 우리 채널 예산으로 반영하라"는 식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담당자는 "신문에 비해 방송광고 집행이 많은 소비재나 식품 기업들이 상당한 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 광고는 공영 미디어렙인 코바코가 배분해 왔고, 보도 채널을 제외한 일반 케이블 채널 광고는 철저히 기업들이 마케팅 효과에 따라 집행해 왔다. 하지만 종편은 다르다. 미디어렙 관련 법안이 표류하는 와중에 최근 각 종편 채널이 신문과 연계해 일대일로 광고를 유치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기업들에게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편 언론사들은 신문까지 동원해 비판기사를 실어가며 광고 수주에 열을 올릴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늘어나는 종편 채널 만큼 광고 시장도 함께 커지면 좋은데 광고 시장은 커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절대량이 늘어나지 않는 광고 시장에서 더 많은 광고 유치를 위해 공정보도라는 언론의 본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청률을 높여 광고 유치를 하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 위주로 방송이 채워질 수도 있다. B사 관계자는 "한정된 광고 시장을 놓고 서로 싸우다 보면 편파, 왜곡보도 및 선정성 등 공공재로서 언론이 가져야 할 자질이 훼손될 수 있다"며 "일반 케이블 채널과 달리 종편과 보도 채널은 지상파처럼 광고를 미디어렙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8월 말 여러 법무법인으로부터 종편ㆍ보도채널 광고를 미디어렙에 위탁하는 법안이 위헌이 아니라는 자문을 받은 적 있으나 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을 허용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어 기업들은 이미 포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종편 4개 채널 중에서도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채널들이 공격적인 기사를 쏟아낼 것이라며 불안해 하고 있다. 특히 종편 4사가 출범하는 연말~내년 초에는 각 기업에 대한 비판 기사가 소나기처럼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C사 임원은 "어차피 출범 초기에 나올 고발 기사는 '맞고 가자'라는 게 업계 분위기"라며 "내년 광고 예산의 경우 종편에 일부를 배정하고 다른 매체에 할당할 예산을 조정하는 등 대비를 하긴 하겠지만 4개나 되는 종편의 요구를 모두 맞춰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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