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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MBC와 KBS의 자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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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MBC와 KBS의 자살골

입력
2011.10.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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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피디(PD)수첩은 능력이 모자라서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적은 많았지만 압력 때문에 피해 간 적은 없었습니다. 시청자만을 두려워하는 방송, 그것은 여전히 PD수첩의 신념입니다."

아군에게 칼 꽂은 두 '공영방송'

2005년 5월 31일, PD수첩 15주년 특집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하여'를 마치면서 최승호 PD는 이렇게 말했다. 그 다음날 PD수첩에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논문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그것은 나라를 발칵 뒤집는 초대형 탐사보도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 때 제보자는 왜 수많은 언론사 중 문화방송(MBC)의 PD수첩을 선택했을까? 바로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최 PD는 취재후기에 썼다.

지난해의 '검사와 스캔들'편을 포함, 지난 20여 년간 우리 사회의 숨겨진 부조리를 통렬히 고발하며 신뢰를 쌓아 온 PD수첩이 무너지고 있다. 황우석 지지자들의 돌팔매도, 광우병보도를 둘러싼 정치검찰과 보수언론의 난도질도 버텨냈지만 정작 회사내부, 경영진의 '자해공격'에 속수무책이다. MBC가 최근 조능호 PD등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제작진 5명을 중징계한 것은 제작진 비유대로 "청나라군에 끌려가다 탈출한 '최종병기 활'의 주인공들이 아군에게 칼을 맞은 격"이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PD수첩에 대한 판결 요지는 명확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보도하느라 일부 오류가 있었지만, 국민의 건강권과 알권리에 기여한 공익적 보도였으므로 명예훼손 등의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회사측은 "허위보도를 했다"며 요란하게 사과광고를 내더니 중징계를 단행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정권의 비위를 맞추려 물불 안 가린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PD수첩은 이미 최승호 PD등 핵심제작진이 강제 전출되고, 한학수 이우환 PD 등은 심지어 지방의 비제작부서로 쫓겨나는 등 파행인사로 만신창이가 됐다. 한 PD 등의 발령에 대해선 법원이 원상회복을 명령해 경영진이 망신을 당했지만, 징벌적 인사와 징계는 아랑곳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뿐인가. MBC 경영진은 '언론인 신뢰도 1위'로 꼽히는 손석희 교수를 '100분토론'에서 하차시킨 것을 포함, 신경민 김미화 김종배 윤도현 씨 등 '입맛에 맞지 않는' 진행자, 출연자를 줄줄이 밀어냈다. 심지어 '소셜테이너 금지법'이라 불리는 위헌적 고정출연 제한규정을 사규에 넣어 비판적 인사들을 걸러내겠다고 나섰다. 그 결과는 방송의 신뢰도와 청취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살골의 연속이다.

옆집 한국방송(KBS)도 만만치 않다. 정연주 사장이 모함으로 쫓겨난 후 김용진 탐사보도팀장이 지방전출된 것을 신호탄으로 KBS의 심층고발보도는 사실상 무너졌다. 대신 친일파로 비난받는 백선엽, 독재하다 민중봉기로 쫓겨난 이승만을 미화하는 프로그램 등을 열심히 방송한다. 게다가 회사의 숙원인 수신료 인상을 위해 야당회의를 도청한 혐의로 국회출입기자가 수사를 받고 있다. KBS 기자들은 취재현장에서 욕먹고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건강한 공론장 빨리 회복해야

두 회사에서 노조와 PD협의회 등이 힘겹게 저항하고 있지만 변화의 희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값진 인적자산이 훼손되고, 공영방송의 신뢰성이 처참히 무너지는 것을 경영진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오죽하면 '신설되는 종합편성TV를 도와주려는 이적세력'이라는 비아냥이 나올까.

더 심각한 문제는 두 방송사의 좌초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공론장'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영방송이 이렇게 무너진다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구성원들이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하고, 전파의 주인인 시청자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어떤 정권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공영방송'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 것이니.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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