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야권 단일후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선출됐다. 박원순 변호사는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참여 경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근소한 차이로 밀렸지만 배심원단 투표와 여론조사에서 앞서 승리를 거뒀다.
이는 박 변호사 개인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바라는 바람이 투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치권, 특히 제1야당 민주당은 박 변호사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맞붙을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떠나 심각한 자성과 환골탈태의 쇄신을 해야 한다. 이날 30ㆍ40대 직장인과 대학생, 젊은 커플들이 박 변호사와 인증샷을 찍으려고 몰려드는 바람에 박영선 후보와 민노당 최규엽 후보 앞이 텅 비는 상황이 몇 차례 생긴 데서 정당정치의 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당초 여론조사나 배심원단 투표에서 민주당이 밀리더라도 국민참여 경선에서는 조직력을 발휘, 뒤집기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판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민주당만큼이나 시민단체의 투표 독려도 적극적이었고, 시민사회운동의 명망가들이 대거 박 변호사를 지원했다. 정당의 조직력이 월등하던 시절은 이제 가고, 오히려 시민단체의 응집력이 간단치 않다는 사실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양태도 과거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쇄신과 변화의 바람을 타고 야권 단일후보가 된 박 변호사는 그 상징적 의미만큼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과거 시민운동가 위치에서는 정부나 정치권에 대해 비판자적 입장을 취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천만 시민의 삶과 수도 서울의 미래, 나아가 한국 정치의 방향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위치에 선 만큼 말과 행동에 책임이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의 대기업 기부금 모금과 배분 내역 등을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 한강 보 철거여부와 양화대교 개조공사 등 서울시의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한 검토와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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