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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미디어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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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미디어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11.10.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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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겠다고 방으로 들어간 아들의 방문을 열어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컴퓨터에 창을 여러 개 띄워 놓고, 휴대전화를 들고, 메신저를 하면서, 음악까지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한 흔적은 책상 모퉁이에 펼쳐진 수학책 달랑 한권 뿐 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능숙하게 한다. 수시로 인터넷과 일상 사이를 오가는 일에 익숙하다. 숙제를 하면서 이메일을 쓰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음악을 다운받는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산만하고 정신없어 보인다. 하지만 십대들에게는 즐기면서 많은 정보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접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점차 깊고 예리한 사고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것은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우리의 뇌구조를 바꾸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카는 에서 소프트웨어는 더 똑똑해지고 인터넷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머리를 쓰지 않고 멍청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뇌가 퇴화될 것이라며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다.

요즘은 두 살짜리 아기들도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논다. 부모들이 문자에 익숙한 만큼 아이들은 전자기기에 익숙하다. 디지털은 어른들에게는 새롭게 익혀야할 외국어고, 아이들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익숙한 모국어다.

1977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인터넷과 함께 자라고 성장한 '넷 세대'다. 넷 세대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한다. 산업혁명이 우리의 일상에 일으킨 것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변화를 초래한 'IT혁명'이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가 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부모들은 도시에 있는 공장에 일하러 가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하거나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전자기기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온갖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넷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다른 뇌를 발달시켜 가고 있다. 디지털 세계는 디지털 뇌를 만들고 있다. 디지털 뇌는 민첩하고 빠른 반응에 익숙하다. 넷 세대는 하루 평균 6시간을 인터넷에서 시간을 보낸다. 멀티테스킹 성향 때문에 6시간동안 8.5시간 분량의 전자미디어 노출이 가능하다.

반면 많은 시간을 디지털기기와 보내면 부작용이 생긴다. 비주얼 스케닝에 익숙하다 보면 뇌의 시각과 관련된 운동 영역만 발달한다. 상대적으로 읽고 쓰고 계산하는 능력은 퇴화한다. 운전 중에 전화통화를 하는 것은 음주운전만큼 사고위험이 높다. 그 이유는 운전에 필요한 뇌 영역(자기 자신에게 말하기)과 통화에 필요한 뇌 영역(다른 사람에게 말하기)이 같기 때문이다. 컴퓨터 사용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뇌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자극을 찾아 디지털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디지털은 동전의 양면처럼 유익함과 해로움이 혼재되어 있다. 최근에는 '미디어 다이어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나치게 많이 먹기만 하면 질병과 비만에 시달리듯 컴퓨터를 비롯한 미디어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뇌는 사려 깊은 결정 대신 빠르고 반사적인 반응을 하게 된다.

건강한 뇌를 위해 미디어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 시간에 운동하기, 독서하기,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기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미디어 다이어트 비법이다.

김영화 서울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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