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일생의 반려자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의 마음이 행복과 희망으로 벅차 오르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늘의 별따기'가 된 신혼 전셋집 문제 때문입니다. "예식장 알아보는 것보다 전세 계약이 먼저"라는 자조 섞인 농담마저 그냥 흘려 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셋집을 마련하려면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아파트에서 빌라로, 투룸에서 원룸 등으로 눈을 낮춰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도 모자라, 신혼부터 전세대출 신세를 지는 '마이너스'출발도 예사지요. 더한 경우, 잡아 놓은 결혼 일정을 미루거나 아예 결혼 계획을 포기해버리는 사례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전세난이 예비 신혼부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혹은 하지 않은) 무주택자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고통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굳이 예비 신혼부부들의 전세난 문제를 따로 꺼낸 것은 이 문제가 그저 집 구하기가 어려워진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결혼은 곧 출산율과 연계됩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전세난이 당분간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결혼을 미루는 젊은 커플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올 가을이 전년대비 혼인신고 건수가 가장 줄어든 해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저출산 문제로 고민이 심각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혼인 감소는 장기적으로 국가 인적자원 부족과 또 다른 주택ㆍ교육 문제로 이어지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3자녀 이상 가구에 보육료 지원과 아파트 청약 우선권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지원책도 저출산 대책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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