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대표 라이벌 수원 삼성과 FC 서울이 개천절을 맞아 한국 프로축구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27라운드 경기에는 총 4만4,573명의 축구 팬이 관중석을 빈 자리 없이 메웠다. 수원월드컵경기장 개장 이래 처음으로 기록한 만석.
이날 만원 관중은 프로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컨텐츠라면 K리그도 A매치 못지않은 흥행 카드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한일 월드컵 개막을 목전에 둔 2002년 5월 전국이 축구 열기로 끓어 오르는 가운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프랑스 축구 대표팀 친선 경기에는 4만1,600명이 입장했다. 3일 경기는 이보다 3,000명 가까이 많은 관중이 선수들을 찾았다.
수원의 1-0 승리로 끝난 경기는 월드컵을 방불케 하는 열기 속에 진행됐다. 양팀 서포터스는 경기 시작 30여분 전부터 귀가 멍멍할 정도의 응원전을 폈다. 간간히 보이던 빈 자리는 킥 오프 휘슬이 울린 후 빈틈없이 채워졌다. 후반 10분 장내 아나운서가 관중 공식 집계를 발표하며 월드컵경기장 사상 처음 만석 경기가 열렸음을 발표하자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는 파도타기 응원으로 신기원 달성을 자축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우열은 쉽게 갈리지 않았다. 만원 관중에 힘입어 집중력이 높아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사력을 다했지만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번갈아 골 찬스를 놓치며 4만4,000여 팬들의 탄식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기를 수 차례, 후반 33분 그라운드를 무너뜨릴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홈팀 수원이 상대 미드필드 중앙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천금의 선제 결승골을 뽑아낸 것. 문전으로 길게 넘어온 롱 패스가 박현범의 머리를 거쳐 골 지역 왼쪽으로 배달됐고 스테보의 헤딩슛이 서울 골 네트를 흔들었다. 스테보는 유니폼을 벗어 젖히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다. 수원은 이날 승리로 서울과 승점 48로 동률을 이뤘지만 득실에서 한 골이 앞서 3위로 뛰어 올랐다.
최용수 서울 감독 대행은 “선제골 상황은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 하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 여기고 받아들인다”고 말했고 윤성효 수원 감독은 “지고 나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울은 축구를 입으로 하려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한편 이동국(전북 현대)은 프로축구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새로 썼다. 이동국은 이날 상주 상무와의 홈 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전북 현대의 5-1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15번째 어시스트를 기록한 이동국은 1996년 라데와 2003년 에드밀손(이상 14도움)을 넘어서면서 한 시즌 최다 도움 신기록을 세웠다.
수원=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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