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일단 대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인위적으로 줄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가 국내 32개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위기 관련 설문조사 결과, 내년 투자에 대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44% ▦올해보다 늘리려고 한다라는 응답이 22% 등 응답기업의 3분의2는 이번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줄이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내년 채용계획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의 53%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했으며, 25%는 올해보다 늘리려고 한다고 답했다. 78% 기업이 고용도 최소한 줄이지는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위기가 왔다고 해서 무작정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 국내 경기를 더욱 위축시켜 결국 기업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위기 국면에도 꼭 필요한 투자와 고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내년 경영 전략도 예정대로 수립 중이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 경영계획 수립 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9%에 불과했다. 다만, 대부분 기업들은 위기진전 정도에 따라 대응을 탄력적으로 꾸려가는 시나리오 경영형태로 내년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던 만큼, 대응 노하우도 축적된 상태. 선진국경기가 어려우면 신흥국 공략을 확대하는 식으로 해서 실적유지도 가능할 것이란 게 기업들 입장이다. 때문에 내년 매출과 순익 전망에 대해 둘 다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44%나 됐고 매출은 늘겠지만 순익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37%로 뒤를 이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매출은 방어가 가능하겠지만 순익은 올해보다 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상황 말고도 또 하나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총선과 대통령 선거. 선거는 기업들 입장에선 분명 경제외적 불확실성 요인이다. 선거와 관련해 기업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에 대해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세와 반기업정서 확산이라는 응답이 79%(24개)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추가 감세 철회, 재벌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의 정부의 반기업 정책에 대한 불만, 그리고 내년 양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더 확산될 지 모른다는 걱정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임기말 레임덕으로 인한 정책 추진력 상실, 선거에 편승한 이익집단의 요구 증가라는 응답은 각각 16%, 3%였다.
● 설문에 응한 기업명단(가나다 순)
대우조선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동국제강 롯데그룹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토탈 신세계 쌍용자동차 (주)CJ CJ GLS 아시아나항공 애경산업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LG전자 LG유플러스 GS칼텍스 KCC KT 포스코 하이닉스반도체 한진해운 한화케미칼 현대ㆍ기아자동차 현대상선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유인호기자 yih@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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