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장기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전담 프로파일링(범죄분석)팀을 만들기로 했다. 수사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아 이른바 '콜드 케이스(Cold Case)'로 불리는 미제사건을 체계적으로 파헤치기 위해 핵심 수사 인력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뜻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일 "과거 수사 기법이 발달하지 않아 잡아낼 수 없던 사건도 새로 도입한 각종 프로파일링 기법을 적용하면 사건 해결의 다양한 단서를 잡아낼 수 있다"며 "팀을 꾸려 본격 활동하게 되면 상당한 미제사건들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링은 범죄 현장과 유ㆍ무형의 증거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수사기법으로, 범죄 심리의 재구성, 관련자 진술 분석, 지리학적 연관성 분석 등을 종합하는 다차원적인 수사기법이다. 부산 여중생 납치 성폭행 살해 사건인 김길태 사건, 제주 여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도 프로파일링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1980, 90년대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인 개구리 소년 실종, 화성 연쇄살인 등은 프로파일링 기법으로도 해결하지 못했다. 특히 97년 발생한 서울 서초동 디스코텍 딥하우스 살인사건 해결 과정(한국일보 9월2일자)에서 드러나듯 경찰청 본청과 지방청, 일선 경찰서에 흩어져 있는 사건 자료의 관리부실, 전담 인력 부족, 체계적인 조사 시스템 미비 때문에 미제사건 해결에 어려움이 많다.
이 때문에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를 장기 미제사건에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99년 이후 발생한 주요 사건 20건의 진술 기록을 들여다 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 프로파일러는 "10년 전 미제사건의 진술도 다시 들여다 보면 '아내가 죽었다'는 진술이 이후 '아내 김00씨가 죽었다'로 바뀌는 대목을 찾아볼 수 있다"며 "내용 확인 수사에 역점을 뒀던 과거 수사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단서였지만, 프로파일링 기법을 동원하면 이는 진술자의 심리변화에 해당돼 이 진술자를 다시 조사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도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현재 전국 16개 지방청에 흩어져 있는 38명의 프로파일러도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등으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권역을 묶어 여러 사건을 동시에 들여다 볼 경우 인근 지역 발생 사건의 연관성과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며 "이 경우 범행 장소를 바꾸는 등 범죄수법이 지능화 하더라도 동일범을 찾아낼 수 있고 미제사건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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