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199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조류인 황새복원사업을 두고 충남 예산군과 서산시가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일 한국황새복원센터 등에 따르면 최근 서산시는 서울대공원 등에서 황새 1쌍을 기증받아 이를 자연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천수만 철새도래지의 생태공원인 서산버드랜드 주변 농경지에서 2007년과 2008년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황새가 목격된 것을 계기로, 황새를 자연번식시켜 여름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천수만 일대에는 200종 가까운 조류가 목격되지만 대부분 겨울철새라 여름철에는 상대적으로 탐조객이 적다.
이렇게 되자 문화재청의 예산지원을 받아 2년 전부터 황새 자연서식지 황새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예산군과, 황새마을에 방사할 황새 115마리를 기르고 있는 한국황새복원센터가 반발하고 나섰다. 천연기념물 종복원은 정부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과거 서식지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지침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농경지가 많은 예산군은 과거 황새가 많이 살던 지역으로, 한국황새복원센터는 1996년 러시아에서 새끼 황새 2마리를 들여온 뒤 10여년째 증식작업을 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대공원(12마리)와 대전동물원(2마리)이 황새를 키우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서울대공원은 야생방사를 할 계획으로 황새를 증식시키지는 않았다"며 "개체수가 충분히 확보돼 유전적 안전성이 담보돼야 종복원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서산군에서 대공원의 황새를 받아 이벤트성 복원을 시도하는 것은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룡 한국황새복원센터장(교원대 교수)은 "예산과 서산의 거리가 30㎞ 정도에 불과해 2013년 이후 예산에서 황새가 서식하게 되면 서산 천수만으로 먹이를 구하러 날아갈 수도 있다"며 "지자체끼리 소모적 싸움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09년 6월 문화재청이 황새복원대상지를 선정할 당시에도 충남 예산군과 서산시, 전남 해남군 등 3개 지자체가 신청해 경쟁을 벌이다 예산군으로 결정됐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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