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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빨간 가방·오렌지 지갑… 남자들, 컬러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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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빨간 가방·오렌지 지갑… 남자들, 컬러에 푹~

입력
2011.09.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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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지갑이 없다고요?"

회사원 김윤주(31·여)씨는 서울 소공동 지하 쇼핑센터의 한 가죽소재 제품 매장을 찾았다. 김씨가 매일 출근길에 지나치는 이 매장에는 소가죽으로 만든 지갑뿐만 아니라 명함ㆍ태블릿PCㆍ휴대폰 케이스와 서류가방 등 다양한 잡화들이 진열돼 있다. 평소 눈여겨봐뒀던 빨간색 명함지갑을 사려는데 매장 직원은 "지금 그 색상은 품절"이라며 다른 색상의 물건을 권했다.

품절 이유가 뜻 밖이었다. 최근 레드나 오렌지 계열 색상을 선호하는 남자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것. 김 씨는 "실제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남자들이 화려한 색깔의 커버를 씌운 태블릿PC를 들고 있는 모습을 종종 봐왔다"며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던 색상의 경계가 정말로 무너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남성도 알록달록 컬러시대다. 검정색이나 회색 등 무겁고 어두운 색상들이 마치 '남성의 컬러'로 여겨지던 때는 지났다. 남자들이 이제는 자신의 컬러를 찾아 개성을 표현하고 있는데 붉은색 토트백을 손에 들거나, 오렌지 빛을 띤 백팩을 어깨에 메고, 핫핑크 핸드폰 케이스를 망설임 없이 손에 쥔 '개성주의'를 실천하는 남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보험설계사 한모(35·남)씨는 빨간색 서류가방을 들고 다닌다. 학창시절부터 레드 계열을 좋아해 필통이나 도시락 가방이 빨간색이었다고. 한씨는 "처음에는 직장에서 남자 직원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곤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여성고객들이 먼저 '빨간 가방의 보험설계사'라고 기억해주신다. 빨간색이 나의 개성이 됐다"고 말했다.

루이까또즈는 지난해부터 오랫동안 전통적인 컬러로 지켜왔던 와인색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어두운 톤의 와인색은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강해, 갈수록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 그리고 남성 제품에도 컬러 변화를 일으켰다. 올 가을 선보인 브리프케이스 '레온(Lèon)'은 베이지 컬러의 고급 가죽 소재에 채도 높은 레드 컬러를 핸들과 바닥에 가미한 것. 루이까또즈 정성희 디자인실장은 "개성 표현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직장인 남성들을 위해 멋을 살리면서, 격식 있는 자리에 부담 없는 컬러 조합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잡화브랜드 루이까또즈나 닥스 등 남성브랜드의 제품들이 매년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G마켓과 11번가 등 온라인쇼핑몰도 남성 고객의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성을 중시하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온라인쇼핑몰도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의 머니 클립(지폐나 신용카드를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기구), 심지어 남성 양말로 컬러풀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G마켓 패션잡화팀 이유영 팀장은 "남성들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성을 표출하는 아이템으로 가방, 지갑, 벨트 등의 패션소품을 많이 활용한다"며 "특히 과거 검정이나 회색, 브라운 등 어두운 계열의 제품 판매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밝은 톤의 컬러감 있는 디자인의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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