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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문학 총서' 지휘하는 백영서 교수/ "인간다움을 갈구하는 사회…대중과 소통하는 학파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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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문학 총서' 지휘하는 백영서 교수/ "인간다움을 갈구하는 사회…대중과 소통하는 학파 만들 것"

입력
2011.09.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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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딱딱하지 않은 인문사회과학 책도 요즘은 2,000~3,000부 나가는 게 고작이다. 10년 전에는 5,000부는 팔렸다.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책은 참 안 팔리는데 왠지 인문학 강의는 호황이다. 노숙자나 재소자를 위한 강의에도, 최고경영자(CEO)를 모은 강연에도 '인문학'이라는 간판을 달 때가 흔하다. 인문학은 과연 위기인가.

29일 연세대 국학연구원장실에서 만난 백영서 교수는 "사람들이 인문학 강의를 찾는 것은 그런 강의를 들으면 뿌듯해지고 인간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 같고 이제 내가 부속품이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되는 이를 테면 종교적인 욕구나 인간다움에 대한 갈구 같은 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인문학 책은 갈수록 안 팔리는 것은 결국 출판이 그런 수요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인문학 연구 방향이나 태도가 고립화를 자초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2008년 11월부터 국학연구원이 시작한 사업이 있다. '사회인문학 프로젝트'다.

"사회과학은 정책적 학문이고 현상 분석이 강한데 인문학은 가치 판단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게 사회과학이라면 인문학은 왜 그러는지, 대안이 정말 필요한지 가치를 논의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고담준론에 빠지고 현실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둘을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문학은 사회화하고 사회는 인문성을 회복하는 '21세기 실학'을 모색하자는 거다."

물론 국내 학계에 이런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이끄는 '통섭원'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묶으려 하고, 임지현 한양대 교수가 이끄는 '비교역사연구소'는 탈민족주의를 화두로 역사, 문학, 철학을 섞는다. 사회인문학 프로젝트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좀더 차별화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분과를 넘어선 연구를 통해 인문학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적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10년 기획으로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의 1단계 사업이 최근 끝나 그 성과 일부가 한길사에서 <사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 인문학의 형성> 이란 책으로 출간됐다. <사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에서는 사회인문학의 정의와 구상을, <한국 인문학의 형성> 에서는 근대 이후 국내 인문학의 역사를 통해 최근 인문학 위기의 본질을 살폈다.

백 교수는 첫 책에서 근대 학문 정립시기에 요구됐던 '세분화될수록 학문은 더욱 정교해진다'는 생각은 수정해야 한다며 사회인문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사철'로 요약되는 인문학 텍스트 읽기 훈련에 자족해서는 인문학의 본래 이념인 인간다운 삶의 고양을 충실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동집필자의 면면을 보면 이 프로젝트의 전체 상(象)이 짐작된다. 박명림 교수를 비롯해 나종석, 소영현, 이경란 등 연세대 출신 교수ㆍ연구교수가 중심이고, 김재현(경남대) 박광현(동국대) 교수 등 중도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연말까지 국학연구원 교수들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공동집필한 <사회인문학과 소통> , 백영서 교수의 <제도 운동으로서의 사회인문학> , 박명림 교수의 <사회인문학의 창안> 등이 총서 시리즈로 더 나온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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