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비밀여행/이성원 글·사진/컬처그라퍼 발행·384쪽·1만5,000원
좋은 여행지 좀 안다 하는, 이를 테면 여행전문기자 같은 사람에게는 으레 "휴가 때 어디 갈만한 데 없어" 하는 질문이 쏟아진다. 그 추천 부탁에 대개 조건이 붙는다. "사람들 잘 모르는 데로." 하지만 땅 좁은 국내에서 그런 여행지 찾겠다는 건 이제 미망(迷妄)이다. 설사 여행사나 전문가의 정보망에 걸리지 않은 '비경'이 있다 해도 먼저 다녀 온 '선배'가 블로그 같은 데 자신의 '발견'을 자랑스럽게 올렸을 것이고 그것 보고 사람들은 또 떼로 몰려든다.
여행에 나서면서 굳이 '사람들 잘 모르는 데'를 찾는 마음은 일상을 떠나 몸을, 정신을 쉬었다 오고 싶은데 잘못 가서 더 부대끼는 게 싫어서일 테다. 여행전문기자가 자신에게 큰 울림으로 남았던 국내 여행지 35곳을 소개한 <대한민국 비밀여행> 은 그런 바람을 적잖게 충족시켜 줄만한 책이다. '여행' '맛' '풍경' '이야기' '발자국'으로 나눈 주제 가운데 특히 '여행'에 소개된 강원 삼척시 해신당, 충북 월악산 미륵사지, 강원 영월군 법흥사 적멸보궁, 전남 해남군 미황사, 강원 인제군 백담사에는 '쉼'의 정서가 가득하다. 대한민국>
옛 정취를 만끽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머물고 거닐 공간인 경북 의성군 성냥공장, 대전 계족산 황톳길, 경북 봉화군 와선정, 경북 청도군 운문사 등의 여행지도 추천할만하다. 잔잔하면서도 섬세하고 친절한 저자의 글 솜씨 역시 이런 곳을 소개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한국일보 여행기자를 7년 동안 맡았던 저자는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 받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여행 갈 때 카메라만 들고 가지 말고 작은 수첩을 하나 챙기라"고 말해주었다. '기억을 기록하는 순간 그 풍경은 온전히 제 것으로 남'기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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