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첫 관문인 30일 TV토론 경선에서 시민사회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가 먼저 웃었다. 이날 TV토론 직후 실시된 배심원단 평가에서 박 변호사는 54.43%의 지지를 얻어 44.09%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앞섰다. 그 동안의 각종 여론조사 지지도 격차보다는 약간 줄어든 10.34%포인트 차이였다. 이로써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박 변호사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지만 막판 변수들이 남아 있어서 최종 단일화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TV토론 경선이 대체로 민심을 반영하는 여론조사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일 마감되는 일반시민 상대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박 후보는 막판 현장투표에서 박 변호사를 압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민주당은 조직을 총동원해 현장투표에서 막판 대역전을 노린다는 계획이지만 모두 60%가 반영되는 TV토론과 여론조사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배심원 평가 결과가 공개되자 박 변호사 캠프 관계자는 "10% 포인트 이상 격차가 났던 그 동안의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며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 일각에서는 이날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격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결과를 수용하면서도 역전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경선 이후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좁혀져 최근 조사에서는 5% 포인트 정도 차이로 따라 붙었다"며 "여기에다 현장투표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 아직 승산은 있다"고 기대했다.
이날 결과는 박 변호사에 대한 여론의 지지 외에 TV토론 분위기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박 변호사의 재벌기업 기부금 문제를 지적하는 대목이 부정적으로 비쳐져 박 변호사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배심원단 평가는 TV토론이 끝난 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조사원들이 1,400명의 배심원단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적합후보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는 TV토론을 50%이상 시청한 배심원단을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조사원들은 토론회에서 사회자석 앞에 놓여 있던 색깔코드를 묻는 질문을 통해 배심원단의 시청 여부를 가려냈다. 미시청자나 50% 미만을 시청한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재시청한 뒤 추가 조사에 응할 수 있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배심원단의 최종 평가 결과는 이날 밤 늦게 나왔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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