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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10억대 전세사는 부자들 "집 못 사는게 아니라 안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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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10억대 전세사는 부자들 "집 못 사는게 아니라 안 사는 거죠…"

입력
2011.09.3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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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이 넘는 돈을 내고 전세집을 구해 '남의 집 살이'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이 정도 돈이면 서울에서 어지간한 중형 아파트를 사고도 남을 돈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억5,000만원 수준이니, 남들보다 4배나 더 비싼 세를 사는 셈이다. 10억원이면 은행금리로 따져도 매년 4,000만원, 2년이면 8,000만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물가인상률 4%를 얹으면 2년 동안 생돈 1억6,000만원이 사라진다. 이런 손해를 감수하고 고가 전세를 선택한 사람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고가 전세에 사는 속사정을 알아봤다.

집 살 돈으로 투자한다

수억원대 연봉에 달하는 펀드매니저 등 주식관련 종사자 중에 전셋집에 사는 경우가 많다. D증권 펀드매니저인 홍모(40)씨는 지난해 연봉이 7억원에 달했지만 현재 사는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전용면적 132㎡ 아파트 전세다. 보증금만 11억원. 홍씨는 "거액의 돈을 집을 사느라 묶어 놓을 이유를 못 느끼겠다"며 "조금이라도 젊을 때 집 살 돈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해두는 것이 편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주식투자자 김모(43)씨는 월세족이다. 서울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에서 매달 300만원을 월세로 내지만 내 집 마련의 뜻이 없다. 그는 "여건상 3.3㎡ 당 4,000만~5,000만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를 사면 더 큰 투자수익을 올릴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자산 비중을 낮추고 금융시장에서 돈을 굴리는 쪽이 수익면에서 훨씬 유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아파트에 묻어두는 것보다 주식 등으로 굴려 수익을 올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주택 매매에 대한 시장심리가 위축되면서, 굳이 집을 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고소득층들도 비싼 전세에 사는 부류 가운데 하나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고가주택일수록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일부 고소득층 가운데선 집을 사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집에 전세로 사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며 "남는 자금은 다른 곳에 투자해 자본 이득을 챙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예인도 산다

전ㆍ월세에 사는 인기 연예인도 적지 않다. 심지어 수백 억원대 자산을 가진 '갑부' 연예인 중에도 전세나 월세를 사는 경우가 있다.

한류스타로 100억대 자산가로 알려진 배우 K씨 부부는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에 18억원 전세로 살고 있다. 2009년 결혼한 배우 S씨 부부도 서울 논현동 빌라에 14억원대 전세를, 영화배우 K씨 부부는 올해 5월 삼성동 소재의 고급빌라에 22억원을 주고 전세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가수출신의 연예기획사 대표 Y씨는 대표적인 연예계 월세족이며, 모델 겸 영화배우 K씨도 전세가 30억원에 달하는 서울 한남동의 332㎡ 규모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신혼집을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들이 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이유는 보안문제가 가장 크다. 최근 신축된 아파트나 빌라들이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도록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등 보안이 철저한 점이 작용한 것이다. 부동산중개법인 림코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경우 전세나 월세에 살면 사생활이 외부에 노출되더라도 자가로 살 때보다 이사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값에 상류사회에 편입

전세가 10억원을 넘는 집이면 매매가도 20억원 정도는 가뿐히 넘기기 마련이다. 그만큼 잘 사는 고소득층이나 상류층 인사들이 모여 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 상류층 인사들과 이웃을 삼기 위해 내 집을 마련한다면 20억원이 넘게 들지만, 전세로 입주하는 경우라면 10억원만 있어도 가능하다. 반값으로 상류 커뮤니티에 편입할 수 있는 셈이다.

1,000만원 넘는 고가 월세도 증가

대기업 임원 월급 수준인 1,000만원이 넘는 고가 월세를 사는 경우도 있다. 이전에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계 회사 지사장이나 임원들이 주요 수요층이었지만, 최근에는 내국인 중에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에 나선 박원순 변호사의 경우 1,000만원까지는 되지 않지만 서울 방배동의 201㎡짜리 아파트에 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 250만원을 내고 거주하는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고가 월세에 사는 내국인 중에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많다. 사업 운영자금으로 써야 할 목돈이 필요한 경우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기 때문이다.

고가 월세 역시 강남권 랜드마크 단지들이 기록 중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경우 전용 244㎡ 펜트하우스가 보증금 2억원에, 월 1,500만원 수준이며,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95㎡는 보증금 2억원, 월세 1,100만원 정도다. 강북에선 한남동 고급빌라촌이나 용산 일대 고급주상복합 등이 보증금 1억~2억원에 월세 월 500만~1,000만원대 수준에서 거래된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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